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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버려질 무, '맛난이' 재탄생하니…농가·소비자 모두 웃었다

남궁민관 기자I 2022.10.11 06:00:00

작황 부진에 배추·무 수확 줄고 가격은 급등
홈플러스, 버려질 농산물 '맛난이' 브랜드로 재탄생시켜
'위기'의 평창 농가 "올해 이익 5% 늘어날 듯"
적정 크기·가격으로 소비자도 만족…일반 무보다 1.7배 더 팔려

[평창(강원)=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폭염, 폭우, 태풍 등으로 올해는 작황이 엉망입니다. 최근 물가가 너무 비싸 김포족(김장을 포기하는 소비자)까지 늘어난다고 하니 고민이 더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걱정이 덜 합니다.”

무 수확이 한창이던 지난 6일 강원도 평창군의 한 고랭지 농장에서 만난 농장주 최인규 씨는 구슬땀을 흘리면서 이같이 말했다. 예전에는 상품이 다소 작거나 작은 흠집이라도 생기면 눈물을 삼키고 버려야만 했지만 올해는 ‘맛난이 농산물’이라는 이름으로 홈플러스에 납품을 하면서 작년보다 더 나은 수익이 기대되서다.

최씨는 평창에서 30년째 배추와 무, 감자 농사를 지어온 자타공인 ‘부지런한 농사꾼’이다.

파종 간격을 일반 재배(25~30㎝)보다 촘촘한 20~22㎝로 해 평당 생산량을 5~7% 늘리는 ‘밀식재배법’과 함께, 감자를 먼저 심은 뒤 다 자랄 때쯤 그 위에 무 또는 배추를 심어 동시에 두 종류의 농작물을 키우는 ‘동시재배법’도 도입했다. 각 농작물의 무분별한 성장을 막기 위해 엄청난 손품을 들여야 하고 넉넉한 영양 공급을 위해 토양 개량 및 비료 공급에도 부단한 공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런 최씨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작황이다. 올해 기상악화로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설상가상 배추와 무 가격이 폭등하면서 ‘김포족’이 속출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흘러나왔다. 한 해 농사를 망쳤다고 생각됐지만 홈플러스와 부광농산유통을 만나면서 시름을 덜게 됐다.

김필곤 부광농산유통 대표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소비자는 장바구니 부담을 덜고 농가엔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줄 수 있는 못난이 농산물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를 거듭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해발 약 700m 고랭지에서 최인규(왼쪽) 농장주와 김필곤 부광농산유통 대표가 막 수확한 무를 선보이고 있다.(사진=홈플러스)
김 대표는 못난이 무 하나를 보여주면서 “이 무는 일반 재래시장 납품용 무보다 20~30% 작을 뿐인데도 예년 같았으면 모두 버렸을 상품”이라며 “올해 홈플러스가 ‘맛난이 농산물’이란 이름으로 못난이 상품 판매를 기획하면서 이 무도 소비자들에게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지 내 폐기물이 줄어드니 병·충해 방지에도 효과를 낸다고 했다.

사실 못난이 무도 크기와 모양은 정상 납품하는 무와 견줄만 하지만 버려진 것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김 대표는 “못난이 상품이어도 홈플러스의 검품기준보다 까다롭게 선별하고 있다”며 “모두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해발 약 700m 고랭지에서 재배된 홈플러스 ‘맛난이 무’.(사진=홈플러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홈플러스 무 전체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07% 늘었다. 이중 못난이 무는 일반 무보다 1.7배 더 팔렸다.

통상 재래시장에 납품하는 무는 개(2㎏)당 3500원,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일반 무(1.3~1.4㎏)는 개당 3000원이다.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못난이 무는 개당(1㎏) 2000원 수준이다. 가격과 함께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 적절한 크기까지 고려했을 때 못난이 무는 충분한 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최씨 농장도 못난이 무 납품에 힘입어 올해는 작년보다 5% 이상 이익이 늘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작년까진 일반 중소형 도매 유통업체와 거래하면서 우리 무가 어떻게 판매되는지 몰랐다”며 “홈플러스 납품을 계기로 최근에 강릉점을 다녀왔다. 예쁘게 포장해 ‘맛난이 농산물’이라고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니 더 보람차고 책임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대형마트라는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니 내년 농사 계획을 세우고 품질 향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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