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감독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에서 무상증자를 결정한 업체는 55곳으로 집계됐다. 한 달에 7곳 꼴로 상장사들이 무상증자를 한 셈이다. 무상증자의 경우 주식대금 납입 없이 신주를 나눠주는 증자 방식으로, 기업가치(시가총액)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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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장 마감 후 보통주 1주당 각각 3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CBI(013720) 역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공시 후 다음 거래일인 8월1일 CBI의 주가는 16.5% 밀린 2075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21%가량 하락해 2000원대마저 붕괴되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보통주 1주당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아스플로(159010)도 공시 후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공시 당일 주가는 전날 대비 6.51% 떨어진 2만65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최근 무상증자에도 주가가 곧바로 하락한 업체가 늘어나는 건 상반기와는 다른 양상이다. 긴축 가속화에 대한 우려감으로 증시가 부진을 겪으며 주도주가 부재하자 무상증자를 결정한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공시 직후에는 매수세가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무상증자가 활개치면서 펀더멘탈이 부진한 기업들에 대해 옥석가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실제 무상증자 공시 직후 주가가 하락한 업체들은 대다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아이윈플러스의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적자는 9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CBI의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약 12억원이었다.
근본적으로는 상반기 무상증자를 시행한 대다수 업체의 주가가 반짝 상승하고 낙폭이 확대되는 게 학습효과로 작용하면서 투자자들의 유인이 한풀 꺾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상장사 임원들이 무상증자 후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사례가 논란이 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무상증자는 기업가치가 달라지지 않는 점에서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상증자는 기업의 펀더멘탈이나 기초 여건에 대한 호재라기보다 기업의 재무구조가 변경되는 형태”라며 “최근 무상증자 공시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업체가 등장하는 건 주식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악화되고, 앞서 주가가 하락한 기업으로부터 학습효과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초에 가격 수준이 매우 높았던 상장사가 무상증자를 통해 유동성이 확대됐을 때에만 장기적인 주가 상승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