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금리 하락분만 구제...보험사 “RBC비율 150% 맞출 듯”

전선형 기자I 2022.06.10 06:00:00

LAT 잉여액 활용 가능, 채권 평가손실분만 반영
매도가능증권 비율 높은 NH농협ㆍ한화손보 유리
금리 영향 덜 받은 중소형 보험사 자본확충 해야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건전성 규제를 대폭 완화해줬다.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 잉여액 일부를 RBC(지급여력)비율 산출시 자본으로 인정해 준 것이다. 보험사들은 다소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다만 이번 구제안은 금리 상승기라는 상황에 따른 최소한의 조치로 채권발행ㆍ유상증자 등의 자본확충 노력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위원회는 이날 LAT 잉여액을 RBC비율 산출시 자본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보험사 LAT 잉여액 중 40%를 자본으로 인정하되, 채권평가 감소분에 한해서만 적용해야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보험사들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LAT에서 남는 돈을 RBC비율 산출 시 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해왔다. 시장 금리상승으로 인해 RBC비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자본확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상승 속도보다 채권발행 속도가 더디면서 일부 회사는 RBC비율이 100%이하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다.

실제 1분기 기준 RBC비율이 150% 이하인 보험사는 NH농협생명(131.5%)을 비롯해 DGB생명(84.5%, 4월 기준 108.5%), 한화손해보험(122.8%), DB생명(139.1%), 흥국화재(146.7%) 등 5곳이다. DBG생명의 경우 3월 기준 100% 이하지만, 3월 중 유상증자를 결정해 4월 RBC비율을 100% 이상으로 올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LAT에서는 돈이 계속 남고, 반대로 RBC비율 산출에서는 채권평가액이 줄었고, 이 부분을 금융당국이 고려해준 것 같다”며 “현재 시뮬레이션을 돌리고는 있는데, 정확하게 얼마가 오른다고는 확정할 수 없지만 금융당국 RBC비율 권고 수준인 150%는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규제완화 조치로 약 30~40% 수준으로 RBC비율이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에서는 매도가능증권을 다수 보유한 보험사들이 이번 규제 완화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도가능증권은 당장 되팔 수 있는 채권을 말하며 시가로 평가한다. 금리하락 시에는 채권가격 상승으로 RBC를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금리상승 시에는 반대로 작용한다. 현재 RBC비율이 150% 이하인 보험사 중 매도가능증권만 보유한 곳은 3곳 정도다. 지난해말 기준 NH농협생명은 50조원, 한화손보 11조원, DGB생명 5조원 정도를 가지고 있다.

이와 반대로 매도가능증권이 적거나, 금리변동이 아닌 부채가 규모가 많은 보험사들은 유상증자나 채권발행 등의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MG손해보험이나 흥국화재 등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전체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매도가능증권 비율이 25%, 24% 수준이다. 이들은 RBC비율을 올리기 위해 채권발행 등 자본확충을 해야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이번 규제완화 조치로 자본확충을 제대로 하지 않는 곳들이 나올까 우려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규제완화방안에서 LAT잉여액의 40%만, 그것도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 한도 내에서 자본으로 활용하도록 ‘캡’을 씌운 이유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안이 나오기까지 금융당국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상당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자본확충이 필요한 곳은 유상증자, 채권발행 등을 반드시 하라는 경고 사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