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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린 생산'과 '식스 시그마'가 몰락한 까닭

류성 기자I 2020.12.12 06:02:05

박정수 성균관대 교수의 현미경 '스마트팩토리'

[박정수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겸임교수] 격변하는 시장에 던져진 화두 “맞춤 제품과 서비스”, “사이버 세계과 현실 세계”, “빅데이터 관리와 인공지능 기술”, “통신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그리고 디지털 트윈 기술과 확장현실(XR)을 이야기하며 제조업에 다가가는 겉모습은 “스마트팩토리”를 위한 ‘솔루션’들이지만 속내는 제조 혁신을 위해 ‘뭔가 더 배울 게 없을까’ 하는 미래 준비일 것이다.

스마트팩토리를 구상하기 전 제조업 환경은 어땠을까? ‘린 생산과 식스 시그마’가 뉴 경영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린(Lean) 경영은 ‘얇은’ 이란 뜻을 지닌 ‘린’이란 단어에서 출발한 경영기법을 말한다. 과거 수 십년간 이러한 생산방식에 대한 열풍은 모든 산업, 즉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과 정부기관에 이르기까지 업종과 분야를 가리지않고 휘몰아쳐왔다.

그후 린 생산방식에서 한 단계 뛰어넘어 「린 사고방식」을 논하는 시대가 도래했었다. 지난 1990년, 약 30년 전 3명의 석학이 저술한 「세계를 변화시키는 기계(The Machine That Changed The World)」에서 린 사고방식이 처음 언급됐다. 이 책에서 3명의 공동 집필자 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였던 제임스 워맥과 영국 카디프 경영대학원 교수출신 다니엘 존스는 린 사고방식에 대한 그들의 신념을 오늘날 스마트팩토리처럼 설파하였다. 이 두 사람은 린 사고방식도입으로 인해 잘나가고 있던 업체가 더 잘나게 된 경우와 파산위기까지 몰렸던 업체가 이 방식 덕분에 회생한 두가지 경우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첫번째 경우는 미국 최대유통업체 월마트, 이 회사는 자사의 전자주문시스템에 납품업자들의 직접 접속을 허용해 고객들이 주문하는 제품이 무엇인지를 재빨리 파악, 정시에 배달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또한 영국의 유통업체인 테스코도 전자주문시스템을 도입해 재고량을 평소 수준의 절반가까이 줄여 재고관리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그것이 “날씬한 사고”, 즉 린 싱킹(Lean Thinking)이다. 「세계를 변화시키는 기계(The Machine That Changed The World)」, 이 책은 군더더기 없는 날씬한 기업이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린 싱킹 전도사 제임스 워맥과 다니엘 존스는 전 세계를 돌며 위기에 처한 기업에 처방을 내린다. 이들의 처방은 기업에서 낭비를 줄이라는 것이다. 처방을 받은 기업들은 승승장구하였다. 어떻게 해야 날씬한 기업이 될까? 이들은 ‘생산성과 효율성’의 마법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조직의 높이 쳐진 칸막이(Silo) 때문에 창출되어야 할 가치가 꽉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가치 창출을 막고있는 조직, 가치를 흐르지(Value Flow) 못하게 하는 조직문화와 사일로(칸막이)에 숨어있는 부서를 없애고 가치를 흐르게 하면 반드시 군더더기 없는 날씬한 기업이 된다는 주장이다. 아래 그림은 린 생산과 린 사고를 “스마트팩토리 사고(Smartfactory Thinking)”에 적용 한 그림이다. 따라서 제조업 내부 공급망관리(In-bound supply chain management)에 가치를 흐르게 하면(Value Flow) 유연성이 고도화된 스마트팩토리가 구현될 것이다.



린 생산(Lean Production)과 린 사고(Lean Thinking)가 ERP, SCM, 6시그마 등에 이어 정형 데이터(Structured Data) 기반 제조 경영 기법이라면, 스마트팩토리는 XR(확장현실),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IoB), 행동 인터넷(IoB), 디지털트윈 등 비정형 데이터(Unstructured Data)를 포함한 빅데이터 관리기술 기반 새로운 경영기법, 즉 스마트팩토리 사고(Smartfactory Thinking)이다. 그러므로 스마트팩토리 사고는 그동안 진화해 온 경영기법들을 완성시켜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사이버 피지컬 시스템(CPS) 기반 제조경영 기법이다.

멀멘 MIT 교수는 “린 생산과 사고는 고객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종업원, 주주 등 모두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통합적 실체”라고 정의한다. 학계에서 제시한 정식 명칭은 ‘린 엔터프라이즈’다. 과거 도요타 생산 시스템(TPS)처럼 생산에 맞춘 경영 효율이 아니라 전사적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뜻에서 엔터프라이즈란 용어를 ERP(Enterprise Resources Planning)처럼 붙인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 사업의 성패는 전적으로 소비자가 무엇을 필요로 할지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얼마만큼 잘 부응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린 사고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과거를 회상해보는 차원에서 예를 들어보면, 소비자 중 어떤 누구도 3M의 「포스트잇」 메모판과 소니의 워크맨을 생산해 달라고 주문하지 않았다.

다만 무한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지닌 이 회사의 연구진들이 주문이 올 때를 기다리지않고 남보다 한발 앞서 개발해 이 기발한 제품들을 소비자들에게 사도록 강요 또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린 방식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린 생산방식이 제품생산에 있어서는 탁월한 시스템이라는 워맥과 존스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린 방식을 도입하려 한다면 간과해선 안될 것이 있다. 오늘날 대부분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절실한 문제는 변화무쌍한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신제품을 얼마나 신속하게 개발해 내느냐 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같은 신제품 개발과 시장 대응에는 린 생산(사고)방식이 한계가 있다. 한마디로 생산할 제품도 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용절감 등 효율적인 생산방식을 논한다는 게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린(Lean)이 생산흐름이나 낭비제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6시그마는 변량감소나 품질개선이 목표다. 쉽게 말해 6시그마는 품질, 린은 생산성 향상에 1차적 지향점이 있는 셈이다. 프로젝트 개선효과도 린이 리드타임이나 사이클 타임 감소에 있다면, 6시그마는 원가 절감과 품질 개선에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린과 6시그마의 통합 운용이 좋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기술(ICT)과 컴퓨터 연산능력의 발달은 그와 같은 훌륭한 경영기법을 더 이상 제조업의 전략적인 무기로 간주(看做)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시장에 대한 푸쉬전략(Push Strategy)으로 “3M의 「포스트잇」 메모판과 소니의 워크맨을 생산”했을 때와 시장에 대한 풀전략(Pull Strategy)으로 사용자 경험을 정보통신기술(ICT)과 소프트웨어 파워(Software Power)을 활용하여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 지, 언제쯤 신상품을 출시하면 적기 인지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답을 찾아내고 있다. 분명한 현상은 고객과 시장이 과거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사물, 성질, 환경뿐만 아니라 형태(Shape), 상태(Status), 동작(Motion), 움직임(Gesture), 위치(Position) 등을 가상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과 사물이 연결되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과 인터넷과 행동이 연결되는 행동 인터넷(Internet of Behaviors)이 데이터 관리기술을 통해 디지털 트윈이 구현되고 있고, 또한 빅데이터 관리, 인공지능이 제조 현장에서 중요한 기능으로 발현(發現)되기 위해서는 기능 측면은 융합되어야 하고, 기술 측면은 통합되어야 한다. 스마트 팩토리, 즉 지능형 공장을 제조산업에서 희망하는 까닭은 고객과 시장 지향적 전략이 “고객 맞춤형”으로 실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제품 도입의 주요 근거는 시장, 즉 고객의 요구이며, 신제품의 유형은 시장조사나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결정된다. 소비자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아닌 제품의 고유한 특성에서 가치를 얻게 되는 ‘경험(Experience)’은 제조업 판매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소이자 인과관계이다. 그러나 ‘경험(Experience)’은 그 동안 우리 주변 일상 생활에서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거의 인정받지 못해 통신서비스와 같이 평범한 활동으로 이어지는 서비스 영역과 한 묶음으로 취급해왔다. 하지만 서비스와 ‘경험’은 명백히 다르다. 다시 말해 그 동안 보이지 않고(Invisible) 인식하지 못한 영역을 제조 경영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하여 전사적 제조 지능화(EMI)를 실현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데이터가 소비자 구매행동, 즉 사용자 경험에 반응하기 때문에 앞으로 행동 인터넷(Internet of Behaviors)은 스마트팩토리를 더 발전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사용자 경험(UX-Design)은 행동 인터넷(IoB)를 통해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총체적 경험을 말한다. 단순히 기능이나 절차상의 만족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지각 가능한 모든 면에서 사용자가 참여, 사용, 관찰하게 된다. 또한, 상호 교감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들이 데이터 관리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경험을 사고 파는 시대”를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한다. 최근 발표한 ‘가트너(Gartner)의 9가지 전략기술’에서도 2021년은 다중경험(Multi-Experience) 시대에서 전체 경험(Total-Experience)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전체 경험(Total-Experience)은 다중 경험, 고객 경험, 내부고객 경험 및 사용자 경험을 결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결과를 혁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지능형 사물 인터넷(Intelligence Internet of Things), 그리고 행동 인터넷 (Internet of Behavior)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행동을 바꾸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것은 피드백(Feed-Back)을 통해 활동(activity: 목적지향 활동)과 행동(behavior, 습관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디지털 및 물리적 세계의 데이터를 결합하여 사용하는 사이버 피지컬 시스템(CPS)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래서 CPS는 피드백(Feed-Back, 자동조절원리)이다.

행동 인터넷(Internet of Behaviors), 즉 텔레매틱스( Telematics: 차량용 통신기술 정보서비스)가 상용차 운전자의 행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방법과 이 데이터를 사용하여 더 나은 안전, 운전자 성능 및 경로를 유도하는 방법을 제공하듯이 빅데이터 관리기술은 “상업적 고객 데이터, 공공 부문 및 정부 기관에서 처리하는 시민 데이터, 소셜 미디어, 영상 이미지, 도메인 배포 및 위치 추적”을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 기반 체험을 실감시키고 있다. 린 사고(Lean Thinking)가 종업원, 주주 등 모두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통합적 실체라면 스마트팩토리 사고(Smartfactory Thinking)는 시장과 고객 모두에게 맞춤형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제조 대응 역량을 실현시키는 융통합화된 실체이자 경영전략이다.

그러므로 사물 인터넷에서 행동 인터넷까지 전 영역에 걸쳐 빅데이터 관리 역량이 제조 경영의 새로운 경영관리 요소로 떠오르고 있으며 그러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경영 활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스마트팩토리이다. 새롭고 낯선 것이 창조이듯이 창조가 행동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그것을 “혁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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