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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짓말]③‘저지방 숙성牛’ 뜬다…변하는 소비시장

강신우 기자I 2019.04.30 05:30:00

저지방 숙성육, 값싸고 맛좋아 인기
‘3無’ 정책 ‘네이처오다’ 매출 쑥↑
“진공 포장해 숙성하면 육질 향상”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마블링을 많이 생성하기 위해서 거세하지 않고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 투여나 옥수수 사료만을 먹이지도 않습니다.”(변동훈 네이처오다 대표)

저지방 숙성한우 스테이크.(사진=네이처오다)
1등급 이상의 한우가 아닌 3등급, 저급(低級) 소고기만 취급하는 업체가 있다. 친환경 축산물 전문업체 ‘네이처오다’이다. 네이처오다에서 판매하는 한우는 95% 이상이 3등급이다. 일명 ‘마블링’인 근내지방을 만드는 데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저지방 한우만을 고집한다.

네이처오다는 2013년 생겼다. 오픈 첫해에는 매출이 500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 근내지방이 많은 1++이나 1+ 등급의 한우를 시장에서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던 탓이다. 1등급 이하 소고기는 질이 나쁘거나 맛이 없는 고기로 인식됐다.

한 두 해를 넘기면서 근내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자 네이처오다의 매출도 늘었다. 2016년 2억6000만원, 2017년 5억1700만원, 2018년 6억7700만원으로 매년 20% 가량 신장률을 보이며 급성장했다. 올해 목표도 10억원으로 잡았다.

변동훈(38) 대표는 “마블링 중심의 시장에서 새로운 저지방 축산물 시장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다”며 “정육점에서 3등급 소고기를 진공 포장해 가정에서 2~4주가량 냉장 숙성하면 부드러운 육질과 풍미 좋은 한우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숙성한우는 대중화 바람을 탔다. 대형마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고급육과 비교하면 가격이 저렴하고 일정 기간 숙성하면 1등급 한우 이상의 맛을 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이마트의 숙성 한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특히 숙성 한우는 소비자 선호가 높은 구이용 부위인 등심과 채끝 매출의 80%, 전체 한우 부위 매출의 20%를 차지했다.

3등급 소고기를 숙성하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육즙이 풍부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2, 3등급 한우의 등심, 안심, 채끝 등 한우 수소 고기 12개 부위를 2도 온도에서 각각 1~3주간 숙성했다. 그 결과 숙성기간이 늘어날수록 전단력(고기를 절단하는 데 필요한 힘, 수치가 낮을수록 연함) 수치가 낮아졌고 보수력(수분)은 높아졌다.

저등급의 한우는 진공 포장 상태로 냉장 보관(0~4℃)하면 고기에서 자연 발생한 효소가 근육 섬유질을 서서히 분해해 고기를 더 연하게 만들어 준다. 진공포장은 고기가 산소와 직접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므로 고기의 산화와 수분 증발, 미생물 번식도 막을 수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소고기 구매 경향은 소비자 선호 성향에 따라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며 “3등급 한우는 살코기가 많아 단백질 함량이 높은 대신 마블링이 거의 없고 질겨 소비자들이 기피해 왔지만 숙성을 하면 연한 고기를 풍부한 육즙과 함께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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