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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프리카돼지열병, ‘강 건너 불’ 아니다

논설 위원I 2019.04.25 06:00:00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데다 치사율은 100%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 당국이 이 열병에 감염됐거나 감염이 우려되는 돼지 1억 3000만 마리를 단계별로 살처분할 것이라고 하니, 그 실상을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살처분 규모가 중국 전체 양돈농가 사육두수의 30%에 해당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우려되는 것은 그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침투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미 중국 인접국가인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등으로 급속히 퍼져가는 중이다. 침투를 막으려면 돼지고기를 포함한 모든 축산 가공품에 대해 철저한 검역이 이뤄져야 한다. 북한을 거쳐 멧돼지 감염을 통해 육로로 유입될 수 있는 소지도 없지 않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방역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2010년의 구제역 파동 당시 돼지 332만 마리를 살처분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유입돼 창궐한다면 피해가 그 차원을 넘어 양돈산업, 나아가 축산업 전체를 붕괴시킬 위험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걱정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10개 관련부처가 최근 합동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양돈업계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관계당국은 국민들에 대한 경각심 고취에 그칠 게 아니라 휴전선 일대에 출몰하는 멧돼지를 잡아 개체 수를 조절하는 작업부터 착수할 필요가 있다. 해외여행객이 검역을 거치지 않고 축산물을 짐 보따리에 몰래 갖고 들어올 경우의 제한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냉장·냉동 상태에서도 장기간 생존한다는 점에서 돼지고기 가공품인 소시지, 육포, 순대 등도 전염 위험성에 있어서는 거의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양돈농가와 그 종사자들의 방역 의식이다. 수시로 축사를 소독하고 출입자를 통제하는 게 기본이다. 만약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이 의심된다면 즉각 관계기관에 통보해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할 것이다. 일반인들도 여기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참혹한 피해를 미리 막기 위해서도 구멍이 뚫릴 수 있는 모든 개연성에 철저히 대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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