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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복심' 임종헌의 추락…대법관 1순위→사법농단 구속 1호

한광범 기자I 2018.10.29 05:00:00

영장실질심사제 도입시 실무로 법원 내부서 인정 받아
양승태 취임 후 행정처 기조실장 임명…상고법원 주도
''대법관 1순위'' 행정처 차장 됐으나 무리수에 ''발목''

사법농단 의혹으로 27일 새벽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8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재임 기간 중 사법행정의 달인으로 통했다. 30년 동안의 판사 생활 동안 행정처 근무 경력만 10년에 달한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총애를 받으며 대법관 1순위로 통하는 법원행정처 차장까지 올랐으나 사법농단을 주도한 혐의로 영어의 몸이 됐다.

임 전 차장은 지난 1997년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으로 발령받으며 처음 사법행정에 발을 디뎠다. 당시는 법원 내부에서 구속영장 남발에 대한 반성으로 새로운 제도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던 시기였다.

임 전 차장은 다른 두 명의 송무심의관과 새 제도에 대한 연구 실무를 맡아 지금의 영장실질심사제(구속 전 피의자심문) 도입에 큰 공헌을 했다. 검찰과 변호사 업계의 반대 속에 도입된 영장실질심사제는 구속률을 크게 낮추는데 일조하면서 성공적인 제도로 정착했다.

◇수원지법 수석부장→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엘리트 코스

임 전 차장은 법원 내부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법원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는 2004년 사법연수원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심의관과 등기호적국장으로 근무했다. 고법부장 승진 후에는 수원지법 수석부장(2011년)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2012년)으로 근무하며 사법행정을 담당했다. 전국 최대 법원들로 꼽히는 곳이다.

취임 1년 차를 맞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12년 8월 임종헌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 임명했다. 임 전 차장이 형사수석부장으로 근무한지 6개월 만이었다. 기조실장은 행정처 내에서 처장과 차장에 이은 3인자 자리다. 고법부장 사이에서는 사법행정과 관련해 최고 선망 보직 중 하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임 전 차장이 기조실장으로 임명됐을 당시는 대법원이 상고법원 추진에 시동을 걸던 시점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듬해 3월 한 초청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상고법원을 언급하며 상고심 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임 전 차장은 기조실장으로 근무하며 상고법원 도입 관련 실무를 총괄했다. 행정처 내에서 상고법원 관련 업무는 모두 임 전 차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과정에서 심의관들에게 대관과 관련한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엔 청와대, 국회, 법조계 안팎의 동향과 설득 방안이 담겨있다. 설득 방안엔 재판과 관련한 내용도 상당수였다. 임 전 차장은 기조실장으로 근무하며 양 전 대법원장의 신임을 얻어 마침내 2015년 8월 법원행정처 차장이 됐다.

◇전임 강형주 양승태 눈 밖에 나 대법관 탈락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관 1순위로 통하는 자리다. 실제 역대 법원행정처 차장 상당수는 대법관 혹은 헌법재판관 자리에 올랐다.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임명제청권과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도 지난 2003년 최종훈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한 후 2005년 2월 최 전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으로 대법관 자리에 올랐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임 전 차장 전임이었던 차장 4명 중 3명(김용덕·고영한·권순일)도 대법관이 됐다. 임 전 차장 직전 전임이었던 강형주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의 경우 대법관후보자추천위원회의 최종 3인에 이름을 올렸으나 양 전 대법원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강 전 원장 후임으로 차장에 오른 임 전 처장은 기조실장 시절 업무 스타일을 유지하며 정치인의 재판 관련 내용, 법원 안팎 비판세력 대응방안 등의 온갖 탈법적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결국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5월 법원을 떠났다. 한 고위직 판사는 “대법관을 꿈꾸던 임 전 차장이 강 전 원장이 양 전 대법원장 눈밖에 나는 모습을 보고 무리를 하다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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