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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 1등 고객]①"주주께 햄·된장·할인카드 드려요"

안승찬 기자I 2015.10.15 05:10:00

주주에게 상품 보내주는 주주환원정책 일본서 유행
"주주우대상품 보면 주주 대하는 태도 알 수 있다"
"한국 기업도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 전환 필요"

일본 니혼햄의 ‘주주 우대 상품 카톨로그’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일본의 세계적인 육가공업체인 니혼햄. 일본 프로야구팀 훗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스의 구단주로도 잘 알려진 회사다.

니혼햄의 주주라면 특별한 선물을 받는다. 니혼햄은 회사 주식 1000주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게 회사 햄 상품을 집으로 보내주기 때문이다. 니혼햄은 주주들에게 우편으로 `주주 우대상품 카탈로그`를 발송한다. 카탈로그에 있는 제품을 골라 회사에 신청하면 니혼햄은 제품을 정성스럽게 포장해 주주 집으로 보내주고 있다. 일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주환원 정책의 하나다.

일본 IT기업인 소프트크리에이트홀딩스는 매년 3월말과 9월말 두 차례에 걸쳐 주주명부에 등록된 주주들에게 쇼핑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를 제공한다. 100주 이상 가진 주주에겐 1000엔짜리 선불카드를, 300주 이상일 땐 2000엔짜리를 보내주는 식이다. 3000주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는 6000엔(약 5만7000원)짜리를 보내준다.

야시마전기의 주주 우대 상품. 지역 특산품 된장 등이 비치돼 있다.
플랜트 회사인 야시마전기의 주주 선물은 더 독특하다. 친환경 된장 등 농산품을 주로 주주들에게 보내준다. 야시마전기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보낼만한 마땅한 소비재 상품이 없어 공장이 있는 지역 특산물을 보내주자는 아이디어를 활용했는데 주주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주부 최옥희(46)씨는 “주식 투자를 할 때 회사가 주주들에게 어떤 상품을 보내주는지 확인하고 투자할 회사를 고르는 편”이라며 “꼭 그 상품 때문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주 우대 상품을 보면 그 회사가 주주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에 대한 이익 환원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일본 상장기업들이 달라졌다. 한명이라도 주주를 더 끌어들이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1238곳의 일본 상장사가 주주들에게 자사 상품이나 할인권 등을 제공하는 주주우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은 일본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주가 수준에 비해 얼마나 배당하는지 알려주는 배당수익률은 아시아에서 최저 수준이다. 그동안 국내 상장기업들은 주주환원 정책보다 주가 상승에 주로 관심을 기울였지만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로 들어선 만큼 주주환원 정책으로 돌아서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무권 국민대 경영대 교수는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기업이 수익을 배당으로 지급하지 않고 재투자해 기업 가치를 증대시켜왔지만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지금은 고수익 투자 기회가 많지 않다”면서 “투자자 요구수익률을 맞추지 못하는 현금 보유 부분은 주주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들의 과도하게 높은 주가도 논란거리다. 외견상 주가가 높으면 이른바 ‘황제주’로 불리며 기업 가치가 높아지는 것처럼 생각하는 묘한 분위기가 남아 있다. 애플 등 해외 주요 기업들이 지속적인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를 낮추고 소액주주 기반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기업 입장에서 보더라도 주주는 가장 충성적인 고객이 될 수 있다”면서 “일반 소액주주의 숫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기업의 고객층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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