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07일자 28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달말 오후2시 서울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가락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은 수업이 끝나 교실이 비어 있었지만 고학년들은 수업이 한창이다. 3층 입구의 특별실이 눈에 들어왔다. TV와 책상,에어컨 등이 갖춰져 있고 칠판에는 수업내용이 적혀있었다. 4년전까지만 해도 학생들로 붐볐던 교실이었는데 아이들이 전학을 간 후 학생들이 채워지지 않아 지금은 방과후 활동을 위한 곳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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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들은 45명(지난해 기준)이 근무하고 있다. 교무실이 교실보다 북적일 정도다.
가락초교의 재학생 수는 재건축이 가시화된 2008년 이후 꾸준히 줄어들었다. 당시 50학급에 1434명이었던 학생 수는 조합이 재건축의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선이주를 시행하면서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주를 시작한지 1년만에 37학급 1059명으로 줄었다.
특히 다음달부터 이주가 예정돼 있어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6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조합이 지난 2008년 분담금 문제로 일시 중단된 주민 선이주를 7월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떠날 수 밖에 없다”며 “아이가 학교를 마칠때까지 살 곳을 찾아보고는 있지만 갖고 있는 전세보증금으로는 구할 곳이 없어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 하 모(13)군은 “얼마전 아빠가 졸업이 반년밖에 안남았는데 전학 가야할지도 모른다고 말해 기분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하군은 2008년을 기억했다. 조합의 선이주 결정으로 아파트주민 1160여 가구가 집을 비웠고 당시 2학년이었던 하 군은 친구 56명을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242명이었던 하군의 동급생은 6학년이 된 지금 150명만 남았다.
다음달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하군과 같은 아이들 상당수는 전학이 불가피하다. 학부모 대부분이 세입자이기 때문이다. 조합에 따르면 현재 가락시영 거주자의 70%가 넘는 3900여 세대가 세입자이며 전세보증금은 5000만~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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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가 가락초교에 다니는 세입자 이모(45ㆍ여)씨는 “아이도 자신이 경기도로 전학갈 수도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다”며 “정확한 시기라도 알면 좋을 텐데 그 시점을 몰라 준비조차 할 수 없으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내년 입학생과 재학생 붙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재학생의 80%가 가락시영아파트에서 통학하고 있고 이들이 이탈하게되면 학급 구성자체가 어려워 남아있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
전숙희 가락초교 교감은 “시영아파트 세입자들이 이주를 하면 센트레빌이나 인근 석촌동 아이들 90여 명만 남게 되는데 이래서야 학교가 운영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김범옥 가락시영아파트 조합장은 “강동교육청에 초등학교 신축 부지를 제공하기로 했을 뿐, 재학 중인 아이들을 위한 대책은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동교육청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 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학습권을 배려하는 관련 법 규정은 없는 상황”이라며 “휴교 등 학교일정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이 전적으로 재건축 상황에 달려 있어 구체적인 계획을 짜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아파트 재건축을 어른들의 시각인 사업성 위주로만 추진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부동산감시팀장은 “재건축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학교가 이에 대비할 수 있게 하고, 공사가 끝날 때까지 대체학습공간을 제공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