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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 교직원 동의 없이 호봉제→성과연봉제…대법 "불이익한 변경"

박정수 기자I 2023.05.01 06:01:01

대전대, '호봉제' 유지해오다 2007년 '성과연봉제' 변경
안정적인 급여수급권 침해…불리한 취업규칙 변경 주장
실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기본연봉 인상 5회만 실시
교직원 과반수 동의 없어 '무효'→1·2심에 대법도 원고 일부 승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사립대학교 교직원의 보수체계를 ‘호봉제’로 정했던 기존 보수규정을 폐지하고 과반수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고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대전대학교 교수 A씨를 비롯한 10명이 대전대를 경영하는 혜화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대전대는 개교 이래 공무원보수규정과 공무원 수당 등에 규정을 준용하는 ‘호봉제’ 보수체계를 유지해오다가 2007년 3월경 보수체계를 기존의 자동호봉 승급조항을 삭제하고 성과급을 도입하는 내용의 보수규정을 개정했다.

2007년 3월 1일부터 대전대 교수인 원고들을 비롯해 교직원들의 보수체계는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변경됐다.

대전대 교수인 원고들은 정기적인 호봉승급이 일방적으로 정지돼 그동안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적용받던 임금 인상률이 무시되고, 교직원들의 업적평가결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해 안정적인 급여수급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이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혜화학원이 보수규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교직원들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나 그러한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보수규정은 무효라고 강조했다. 또 원고들이 2014년 4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받았어야 할 임금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청구했다.

하지만 혜화학원 측은 교수들은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강의와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변경한 것으로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근로조건의 변경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연봉제 도입으로 보수가 종전보다 감소한 것도 아니므로 원고들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히려 성과연봉제로 더 높은 급여를 받게 되는 교수들이 존재하는 점, 호봉제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둔감한 비효율적인 보수체계로 평가돼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었던 점, 연봉제 개발 TFT 및 보수·보상체계 완비 과정에서 교수들이 직접 참여한 점 등으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교수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면서 “호봉 승급에 따른 단계적 임금 상승의 기대권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매년 적용받던 물가상승, 최저임금 등을 고려한 임금 상승률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고들이 포함된 약 270명의 대학 교직원들에 대해 적법한 동의 절차를 거쳐 과반수가 동의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항소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피고는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대전대 교원의 기본급 내지 기본연봉 인상을 5회만 실시했다”며 “일부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보수가 증가한 사람이 있더라도 호봉제에 비해 전체 교원들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또 “피고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함에 있어 대전대 교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피고의 새로운 보수규정은 집단적 의사결정의 방식으로 동의한 적이 없는 대전대 교원인 원고들에 대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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