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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군입대한 A씨는 선임병들로부터 여러 차례 모욕, 폭행 등을 당한 뒤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상관에게 피해사실을 보고했지만 오히려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료들로부터 비난과 따돌림을 받았다. 군 생활에 부담을 느끼던 A씨는 부대 내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의 어머니는 A씨를 피보험자로 한 사망보험계약을 근거로 해당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보험사 측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계약 약관 중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라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 예외사유를 근거로 A씨 모친은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원심 재판부는 “A씨는 적응장애·인격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을 뿐 환청·환시·망상 등 의사결정능력에 의심을 가질만한 증상이 없었고, 극단적 선택 전까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기재한 진술서를 작성하는 등의 사정에 비춰봤을 때 심리적 우울상태를 넘어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들(보험사)은 원고(A씨 모친)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는 소속 부대원들의 가혹행위로 인해 지속적이고 반복되는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이에 따른 극심한 고통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인정할 여지가 있다”며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심으로서는 A씨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를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계약 약관의 면책 예외사유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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