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우려 최절정에도…배터리·차는 샀다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686억원을 순매도했다. 13일(현지시간) 8월 미국의 CPI가 전년 동기보다 8.3%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8.1%)를 웃돌았고,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 탓이다. CPI 발표 직후부터 원·달러 환율은 1390원대로 치솟았고 미국 국채도 폭등하는 등 증시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기간 외국인은 배터리주인 삼성SDI(006400)를 1321억5861만원 사들였다. 외국인은 또 다른 배터리주 LG에너지솔루션(373220)(627억원)도 순매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기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자동차주 역시 외국인의 사랑을 받았다. 외국인은 현대차를 1073억원, 기아를 476억원, 현대모비스(012330)를 285억원 각각 사들였다.
연기금 역시 이들 종목을 담고 있다. 연기금이 6거래일간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971억원)이고 삼성SDI(006400)(451억원)가 바로 뒤를 이었다. 연기금은 자동차주인 기아(000270)와 현대차(005380)도 각각 162억원, 122억원씩 담았다. 코스피 연기금 상위 10위 안에 배터리주와 자동차주만 4개에 달할 정도다. 연기금은 기관투자자들 가운데 장기적 호흡으로 투자를 하는 편이다. 연기금의 순매수세가 유입되면 수급이 탄탄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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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종목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확실한 ‘실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먼저 자동차 업종은 높은 환율에도 수혜를 볼 수 있는 몇 없는 종목으로 꼽힌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전 10조1447억원이었지만 현재 10조2320억원 수준이다. 상장사 대다수가 거시경제의 변동성 속에 실적 전망이 흐려지고 있지만, 자동차는 예외라는 얘기다. 기아(000270)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한 달 전 7조9095억원에서 현재 7조9862억원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모두 13만5526대를 팔았다. 올해 월간 최다 판매량이자 역대 8월 기준 최다 기록이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환율 효과도 성장이 전제돼야 기대할 수 있다”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의 상대적인 매력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주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SDI(006400)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전(1조7258억원)보다 증가한 1조7371억원을,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1조2474억원에서 1조2736억원으로 눈높이가 올라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배터리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수혜주로도 평가되면서 주가 상승세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 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혼다와 배터리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프랑스 르노와 배터리 JV 설립을 검토 중인 점까지 감안하면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혼다를 포함해 총 4개의 JV를 갖추게 된다. 삼성SDI 역시 스텔란티스와 JV 설립을 논의 중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고환율 국면에서 대체로 주식을 판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도 외국인이 꾸준히 순매수하고 이익 전망치가 오르는 종목은 투자를 고려해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