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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변장에 ‘빵’…따뜻한 가족 뮤지컬의 탄생[문화대상 이 작품]

김미경 기자I 2022.09.08 06:10:00

-심사위원 리뷰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동시대 담은 새 번역과 각색 매력 더해
가족 표상한 레고블록 무대 이미지 눈길
다니엘 불안 표현한 넘버 장면 압권
다양한 세대의 관객 끌어안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제작 샘컴퍼니·스튜디오 선데이, 대본 캐리 커크패트릭·존 오파렐, 작곡 캐리 커크패트릭·웨인 커크패트릭, 연출 김동연, 음악감독 김문정, 번역 황석희)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브로드웨이 공연(2021) 이후 최초의 라이선스(License·원작자로부터 작품 판권을 사서 국내에서 제작) 버전으로 공연되고 있다.

오는 11월 6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사실 한국 관객에게 낯설지 않다. 원작인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동명 영화(1993)는 중년 이상의 일반 한국 관객에게 매우 익숙하며 뮤지컬 팬들은 국내에서 이미 재연까지 마친 ‘썸씽로튼’의 작가, 작곡가가 ‘미세스 다웃파이어’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연이 보여줄 코미디의 결을 미리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낯익음’이 장점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집합적이면서도 개별적인 차원에서 형성되는 관객들의 기대지평을 공연이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려우며, 특히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1951~2014)가 만든 다웃파이어 캐릭터를 뮤지컬 무대에서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한 장면.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오는 11월 6일까지 공연한다. (사진=샘컴퍼니, 스튜디오선데이)
지난 8월 30일 초연한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옳은 선택’들을 보여주며 관객과 호흡했다. 캐릭터에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된 배우진, 논레플리카(Non-Replica·원작을 수정·각색·번안해 재구성) 방식으로 새롭게 창안된 무대와 쾌활한 연출 방식, 지금-여기의 관객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번역과 각색 등은 공연의 매력을 더했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대에 조용한 관찰자로만 존재했던 관객의 밸브를 열어 자연스러운 반응을 견인하는 탄력적인 장면들이 돋보였다.

오프닝 무대에서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다니엘/다웃파이어 역의 정성화, 정확하고 깔끔하게 스튜어트 캐릭터를 구축한 김다현, 코미디의 심도를 한층 높인 게이 커플 프랭크&안드레 역의 육현욱과 이경욱, 그리고 맏딸 리디아의 정서를 담백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표현한 김태희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무엇보다 공연의 가장 큰 미덕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다니엘의 퀵체인지(quick-change·등장인물이 재빨리 변장하는 일)가 무대에 노출된다는 점에 있다. 다니엘은 기술적으로 완벽한 ‘변신’이 아니라 오히려 허둥지둥 ‘변장’하는 빈틈 있는 과정을 통해 다웃파이어가 된다.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그의 변장은 관객의 시선을 무대의 기술보다 공연의 테마와 정서로 집중하게 만든다.

다니엘과 미란다는 이혼 후 비로소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과 재결합을 좌충우돌 경험함으로써 완전한 가족이 되는데, 관객은 변장의 허술함만큼 다니엘/다웃파이어 사이를 틈입함으로써 다니엘 가족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진다. 가족이라는 ‘집합체’를 시각적으로 표상한 레고 블록 무대 이미지들, 다니엘의 불안을 기하학적인 영상으로 재현한 넘버 ‘You’ve been playing with fire’ 장면은 특히 테마와 조응하며 관객의 정서를 한층 고양시킨다. 다양한 세대의 관객을 끌어안는 따뜻하고 위트있는 가족 뮤지컬로서 손색이 없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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