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초기 스타트업 대상의 기후펀드를 결성한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 한상엽 공동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 2016년 취임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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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는 최근 ‘착한 투자’로 주목받고 있는 소풍벤처스의 한상엽 대표와 최경희(ICT 및 콘텐츠)·이학종(농업 및 헬스케어) 파트너를 만났다. 이들은 모두 인터뷰 내내 “단순히 임팩트의 유무를 따지기 보다는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투자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풍벤처스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보는 항목은 명확한 의도(Intention)와 지표(Measurement), 가치 창출 잠재력(Potential), 현실화(ACTionable) 여부 등 네 가지다. 임팩트(impact)의 이니셜을 따온 것이다. 한상엽 대표는 “뚜렷하게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혁신을 만들어내려 하는지 여부를 가장 먼저 본다”며 “이후 임팩트가 의미있는 규모로 창출될 수 있는지, 해당 기업이 창출한 임팩트가 사회에 얼마나 크게 기여할 수 있는지, 현실화가 가능한 플랜인지 등을 함께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소풍벤처스가 투자한 회사로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회사는 동구밭이다. 동구밭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비누와 같은 지속 가능한 일상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성인 발달 장애인들이 대학생들과 함께 ‘동구밭’이라는 텃밭을 가꾸며 사회성을 기르고, 밭에서 재배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친환경 비누를 만든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은 이미 100억원을 훌쩍 넘겼고, 올해는 200억원 수준의 연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를 하면서 심사역들의 라이프 스타일에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생겼다. 최경희 파트너는 남들에게 선물을 해야 할 때 소풍벤처스 투자 포트폴리오사 제품을 찾게 됐고, 이학종 파트너는 임직원 점심 도시락을 주문할 때 절반은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준비하고 있다. 한상엽 대표는 “과거에는 몰랐던 영역을 알게 되니 생활이 불편해졌다”면서도 “나만 불편하면 사회가 바뀌기 때문에 그게 옳다고 보고 모두가 실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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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걱정 아닌 걱정도 했다. 남들이 임팩트·ESG 경계 없이 자유롭게 ‘잭팟 기업’을 찾으러 다닐 때 오히려 소풍벤처스의 이러한 투자 철학이 재무적 성공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소풍벤처스의 생각은 다르다. 하나의 기업에 투자해 재무적 가치를 창출하기 보다는 다양한 기업에 투자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회사가 ‘착한 투자’를 한다고 해서 수익률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소풍벤처스가 투자한 임팩트 기업 중에서는 투자 이후 기업가치가 10배 이상으로 뛴 곳도 있다.
임팩트 투자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지고 벤처투자 생태계도 성숙하면서 국내 출자자(LP)들의 반응도 사뭇 달라졌다. 한 대표는 “출자자들이 펀드의 수익률뿐 아니라 성격을 보기 시작했다”며 “초기에 탄탄한 기후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하면 업사이드가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LP 입장에서 봤을 때 수익률을 안겨줄 펀드는 무수히 많다”면서도 “임팩트 투자는 LP들에게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덧붙였다.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아우르는 펀드라는 설명이다.
소풍벤처스는 앞으로 임팩트 투자의 기준을 세워나갈 예정이다. 한 대표는 “기후 창업의 마중물 역할을 해 국내 창업 생태계에 기후의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다”며 “현재 임팩트나 기후, ESG가 투자에 있어 기본 문법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단순히 임팩트 유무로 볼 것이라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의 임팩트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임팩트 투자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