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에 덩치가 크다고 해서 그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진짜 문제는 가계부채의 속이다. 가계부채의 속을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하다. 가계부채의 속은 고위험가구를 통한 분석으로 가능하다.
고위험가구란 소득 대비 총부채원리금 비율(DSR)이 40%를 넘고, 자산 대비 부채 비율(DTA)이 100%를 초과하는 가구를 의미한다. 이 두 지표는 가계부채를 소득이나 자산으로 갚을 수 있을지 여부를 보여준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고위험가구수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30만~32만 가구에서 2019년 37만 6000 가구, 2020년 40만 3000 가구로 급등하고 있다. 고위험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도 2017년 56조 5000억원에서 2020년 79조 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고위험가구 중 무직가구수는 2018년 4만 가구에서 2020년 6만 6000 가구로 크게 늘어났다. 고위험가구 중 무직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2016년 3조원에서 2020년 6조5000억원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한마디로 최근 가계부채의 속은 크게 썩어 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겉과 속 모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고집, 부동산 정책의 실패, 여기에 최근 코로나사태의 파장 때문으로 보인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수단으로 최저임금을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9% 가량 인상시켜 최저임금을 받던 상당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를 비롯한 중소기업의 인건비를 크게 인상시켰고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사업자들은 종업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집값 상승이 현 정부 기간 내내 지속되면서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막차를 타야한다는 절박함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2030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영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30세대의 2021년 2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12.8%로 여타 연령층의 7.8%를 크게 상회했다. 2020년 1분기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운영자금을 대출받은 자영업자들도 가계부채의 겉과 속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코로나 사태는 불가항력적인 변수였다고 해도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부동산 정책은 정부에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다. 시한폭탄이 되어버린 가계부채 문제를 풀기 위해 내년에 출범하는 새로운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부동산 정책을 반드시 손질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