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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업 잇단 좌초] 예비타당성 조사는 '넘사벽'?…평가기준 불만 '솔솔'

권소현 기자I 2018.07.03 05:30:00

틀에 박힌 평가방식…사업 특성·지역균형개발 간과
KDI 공공개발센터 전담으로 심해지는 적체현상
"다른 국책기관에 문호 개방, 교통 네트워크 차원에서 실시"

그래픽=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위례선 트램(노면전차) 건설과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복선전철 사업 등 주요 개발계획이 잇달아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이 조사의 평가 기준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불필요한 재정사업을 줄이고 예산 낭비를 막는다는 순기능이 분명히 있지만 틀에 박힌 평가 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사업 특성이나 지역 균형 개발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전담해 적체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는 지난 1999년 국가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 정보화사업, 국가연구개발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적 타당성에서 비용대비편익(B/C)이 1.0 이상이고, 정책적 타당성과 지역 균형 발전 분석까지 더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계층화분석법(AHP) 점수가 0.5점 이상이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게 된다.

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완료된 예비타당성 조사는 총 653건이다. 이 중 도로와 철도부문이 각각 229건, 117건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했다. 2016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율은 66.7%였다. KDI는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총 130조7000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했다고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경제성 없는 사업 추진을 사전에 방지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사업부처가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만드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전담하다시피하면서 사업 적체 현상이 심해지고 다양성을 해소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비타당성 조사에만 보통 1년 이상 소요되고 철도나 도로 등은 이 보다 더 긴 기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틀에 박힌 평가로 인해 지역 균형 발전을 역행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요를 예측해 이를 바탕으로 평가하다 보니 지방 낙후지역은 B/C 1을 못 넘어 영원히 낙후된 지역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10년간 정부가 철도 건설을 위해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니 수도권 철도 건설의 경우 여러 차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해가면서 사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지방의 철도 건설에 대해서는 사업 추진을 장기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각종 정치적 압력이 가해질 여지도 크다. 선거철만 되면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는 개발사업은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이 나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전담할 게 아니라 한국교통연구원과 국토연구원 등 해당 분야 전문 국책 연구기관에게도 예비타당성 조사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예비타당성 조사 기간을 줄이고 사업 특성이나 보다 큰 그림에서 사업을 평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로나 철도의 경우 개발 단위 사업이 아닌 교통 네트워크 차원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어차피 KDI 공공투자관리센터도 수요 예측 등은 외주 용역을 주는데 아예 도로나 철도, 항만, 공항 등 국책 전문 연구기관에게 용역을 주고 KDI는 매뉴얼대로 평가가 됐는지 사후관리만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지역 균형 개발이나 투자의 우선순위 확보 면에서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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