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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이데일리 오현주 문화부장·정리=김성곤 기자] “장관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100권의 책을 찾는 것보다 현장에서 만나는 한 사람이 결정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해답은 대부분 현장에 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데일리 창간 15주년을 맞아 진행한 특별 인터뷰에서 현 정부 국정기조인 문화융성에 대해 설명했다. 부드러운 인상과는 달리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은 거침이 없었다. 홍익대 출신 특혜설 등 인사논란에 대해선 단호한 어조로, 사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유쾌한 농담을 즐길 정도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이 자리한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에서 1시간여 진행했다. 이날 김 장관은 취임 1년여를 맞은 소회부터 한류 활성화와 ‘문화가 있는 날’ 발전 방안, ‘공연티켓 1+1’ 사업 등 문화체육관광부 주요 사업은 물론 국립현대미술관장의 공석에 따른 산하기관장 인사문제까지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밝혔다.
- 그새 1년이 넘었다. 장관직을 수행하며 가장 보람된 일과 아쉬운 일을 꼽는다면.
“최고의 성과이자 보람이라면 ‘문화가 있는 날’이다. 참여프로그램 수가 시행 2년차에 접어들면서 2배 이상 증가했고 만족도는 80.4%에 이른다. 또 현재진행중인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국가브랜드 및 국가상징체제 개발 등도 의미가 있다. 다만 모든 실적이 원하는 만큼 눈에 띄게 나오지 않고 어떤 경우는 노력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기도 했는데 그런 점은 아쉽다.”
- 특히 애착을 가진 분야가 있다면.
“문화융성을 통해 전통문화를 다시 조명하는 계기를 만드는 일이다.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부분이다. K팝이나 한류 등 대중예술은 세계에 많이 알려졌는데 전통과 관련한 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류3.0이라고 부르는 그 일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 장관이란 직책은 한순간도 열정을 놓아선 안 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현장에서 그 열정을 찾으려 한다.”
- 현장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는가.
“사람을 직접 만난다.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면 문제의 상당부분을 알 수 있고 해결방향도 나온다. 책이나 리서치 자료는 현장을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가령 K팝 콘서트 현장은 장관이 되고 나서 처음 가봤다. 무대에서 뛰는 가수보다 오히려 객석의 반응이 놀라웠다. 몇만명의 관객 중 절반이 젊은 외국인이다. 과연 누가 어떤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외국의 젊은이들을 이처럼 한자리에 모을 수 있겠는가. K팝의 저력 역시 현장에 가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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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외국인 기용 의지를 밝혔다. 일각에선 한국의 정체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체성을 관장이 세운다는 건 난센스다. 정체성은 작가가 만드는 것이다. 가령 이탈리아에서는 중국인을, 싱가포르도 외국인이 관장직을 맡고 있다. 문화적 자존심이 센 프랑스의 퐁피두센터를 지은 사람도 이탈리아인이다. 그렇다고 한국인의 자존심이 프랑스인보다 세다고 하겠나. 관장직을 외국인으로 하겠다고 결정한 건 아니다. 외국인 후보도 거부하지 않고 공정하게 심사하겠다는 얘기다. 사실 관장에게 필요한 건 기획력이지 행정력이 아니다.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게 관장이 아니다. 미술관이 합리적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어두기만 하면 된다. 이를 두고 ‘관장의 힘을 뺐다’고 한다면 그 말이 맞다. 내가 얼마 전까지 미대에서 작품을 하고 학생을 가르쳤는데 미술관과 작가 죽이는 일이야 하겠는가.”
- 문체부 산하기관장 인사문제로 소란스럽다. 홍익대 출신 특혜 논란을 비롯해 잡음이 계속 이는데 문제가 뭔가. 인재가 정말 없는 건가.
“인재가 없느냐가 아니라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문화예술행정은 장르의 특수성과 전문성으로 인해 인력풀 구성과 운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정학교와 특정장르를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예컨대 문화계 현장에는 홍익대·국민대·중앙대 출신이 많다. 그런데 문화계 행정직에는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다고 기관장 인사에 특정학교 출신을 배제한다든가 하는 등 인위적인 조정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일로 장관의 인사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다. 그렇다면 서울대 출신만 쓰라는 얘기인 건가. 그렇게 돼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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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류기획단 회의에서 송승환 PMC 프로덕션 회장이 뼈아픈 말을 했다. ‘한류를 정부에게 맡겼으면 진작에 말아먹었다. 민간이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민간은 이 일 아니면 방법이 없기 때문에 죽자살자 매달려서 성공시켰다.’ 맞다. 정부의 역할은 지원하고 도움을 주는 데 그쳐야 한다. 앞장을 서면 의도치 않게 간섭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류와 관련한 정책변화는 ‘문화교류’다. 중국 등에서 우리 것만 주는 게 아니라 상대 것도 받아들이자는 게 핵심이다. 클래식과 전통공연 등 우리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한류3.0도 추진할 것이다. 아시아 외에 미주, 유럽, 중동 등에서는 한류가 아직 초기 진입 단계다. 민간이 독자적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지역은 정부가 지원해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 요즘 ‘공연티켓 1+1 사업’에 대한 반응이 좋다. 그런데 공연계에서는 작품 선정에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애초에 영세한 극단을 지원하자고 100석 이하의 공연으로 사업구성을 했는데 팔리는 티켓이 너무 적었다. 추경으로 공연계를 도와준다는 취지로 마련했으나 효율성이 미미한 상태였다. 그래서 일부 대형공연을 편성하게 됐다. 실상 내부를 들여다보면 작은 극장과 극단만 어려운 게 아니다. 대형공연의 상황도 썩 좋지 않다. 해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넌버벌 퍼포먼스도 도산 일보 직전까지 가지 않았나. 목적은 특히나 메르스 때문에 침체에 빠진 공연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20개월을 넘긴 ‘문화가 있는 날’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문화가 있는 날’이 종국에는 없어져야 하는 날인 게 맞지 않겠나.
“상징적인 의미로 보면 좋겠다. ‘문화가 있는 날’은 국민 모두가 여유롭게 문화를 즐기는 삶을 누렸으면 한다는 뜻이다. 평일에 한정해 실질적인 참여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 매월 마지막 한 주를 문화주간으로 지정하는 ‘문화가 있는 날 플러스(+)’ 제도를 검토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과거 어떤 정부도 지금만큼 문화를 중요하게 여긴 적이 없다. 국민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문화 없이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거다. ‘문화가 있는 날’은 국민이 문화를 즐기게끔 기회를 늘리고 장을 펼쳐놓는 일이다. 국민을 영화관에 강제로야 데려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
- 창간 15주년을 맞은 이데일리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부탁한다.
“미디어가 엄청난 변혁기에 서 있다고 한다. 그 과정을 잘 극복하고 있는 매체가 이데일리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언론으로 탄탄히 자리를 구축해 지면까지 내고 있지 않은가. 사실 인터넷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블로그에 올라온 간단한 사진 한 장을 분석해 메이저 언론사가 보도할 만큼 세상은 변했다. 정도가 심해져 포털사이트의 뉴스 편향성까지 도마 위에 올라있지 않은가. 이런 변화의 중심에서 이데일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을 조율한 좋은 케이스로 계속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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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장관은 누구?
1957년 충북 청주생. 영상·디자인 분야 전문가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미국 디자인아트센터대에서 석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광고를 제작하는 선우프로덕션 감독과 대표를 지내고 홍익대에서 8년 동안 영상대학원장을 맡는 등 이론과 실기를 겸비했다는 평가다. 아직도 회자되는 금강제화의 ‘랜드로버’ 광고가 대표작이다. 장관 발탁 당시 정치권과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에서 ‘파격’으로 화제를 모았다.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산하기관장 인사논란으로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지만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현 정부 국정기조인 문화융성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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