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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DIOF의 ‘반지 사이클’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물론 공연의 난도가 워낙 높다 보니 이런저런 아쉬움도, 작품별 완성도에서 편차도 있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완성도는 분명 기대 이상이었다. 덕분에 ‘반지’의 실제 무대가 생소했을 국내 관객 다수가 그 진정한 매력과 가치에 눈뜨게 하는 귀한 기회가 되어주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주된 성공 요인으로는 다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첫째는 만하임 극장 음악감독인 알렉산더 소디의 지휘력이다. 그는 뛰어난 통솔력으로 공연 전반을 조율했다. 만하임 오케스트라는 앙상블은 좋지만 솔로 주자들의 역량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소디의 효과적인 지휘 덕에 약점보다는 강점이 더 부각되어 매우 ‘들을 만한’ 관현악을 빚어냈다. 소디는 가수들을 충분히 배려하다가도 관현악이 앞으로 나서는 장면에 이르면 풍부하고 유연하며 역동적인 음률로 극장을 가득 채우며 드라마의 감동과 전율을 배가시켰다.
둘째, 빼어난 주역 가수들의 인상적인 활약이다. 특히 여주인공 브륀힐데 역을 맡은 소프라노 다라 홉스가 리리코 계열의 고운 음색(여성성)과 극장을 넉넉히 장악하는 풍부한 성량(카리스마)을 겸비한 가창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녀의 아버지이자 북유럽 신화의 주신인 보탄으로 분한 바리톤 레나투스 메사르와 ‘반지의 저주’의 원흉인 난쟁이 알베리히로 분한 바리톤 요아힘 골츠의 가창과 연기도 훌륭했다. 또 우리나라 출신 가수들, 거인 파졸트 역의 하성헌, 여신 프라이아역의 고승희, 악한 하겐 역의 전승현 등도 기억에 남을 만한 활약을 펼쳤다.
마지막으로 독일식 레지테아터(Regi-Theater, 연출가가 의도에 따라 시공간적 설정을 바꾸는 극)의 최근 트렌드를 잘 보여준 요나 김의 흥미롭고 창의적인 연출이다. 원작의 설정에 따른 스펙터클한 무대장치는 극력 배제한 채 피터 브룩의 ‘빈 공간’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상당히 신선한 무대를 선보였다.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을 등장인물들과 매칭시킨 부분과 무대 안팎을 오가는 핸드헬드 카메라를 활용한 부분, 보통은 존재감이 미미한 여성 조역들에 더욱 능동적인 역할을 부여한 점 등이 특히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