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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하는 심정…‘희잡벗기’ 넘어 자유를 열망”[인터뷰]

황병서 기자I 2023.01.16 06:00:00

40여년전 한국 귀화한 박씨마 목사
재한이란인들과 국내서 ‘히잡 반대 시위’ 힘보태
5개월 동안 매주 이란정부 규탄 집회
“독립운동·독재 경험한 한국민들, 공감·연대 부탁”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요즘은 손자한테 ‘독립 운동가’란 소리를 들어요. 한국도 독립운동하던 시절이 있었던 만큼, 우리를 이해해주고 연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이란 출신으로 1979년 한국에 귀화한 박씨마 목사는 ‘이란 반정부 시위’의 실상을 한국에서 알리려 애쓰고 있다. 재한이란인 모임에서 활동 중인 박 목사는 지난 11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이란 히잡 시위에 대한 한국 국민의 지지와 응원을 부탁했다.

이란 출신 박씨마 목사가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는 해를 넘겨 다섯 달째 이어지는 중이다.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시위는 단순히 히잡 착용 반대 시위를 넘어 성직자에 의한 통치 종식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정부의 강압적 진압에 현재까지 시위자 500여명이 사망하고, 1만 8600여명이 체포된 걸로 알려져 있다.

박씨마 목사는 한국에서 이 시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말부터 이란 유학생과 근로자들과 함께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와 강남구 테헤란로 등지에서 매주 집회를 열고 있다.

박 목사는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이 처음은 아니다. 44년 동안 많은 여성이 히잡 착용 때문에 죽었다”며 “이번에 (반정부 시위가 크게 일어난 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이란인의 의지”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선 ‘히잡 시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저희는 히잡 착용 반대를 넘어 민주주의 체제의 정부가 들어서는 ‘혁명’을 바라고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의 상황들을 들려줬다. 그는 “군대를 동원해 테헤란, 발루치스탄, 쿠르디스탄 등 3곳 도시를 봉쇄하다시피 하고 있다”면서 “저쪽은 탱크로 무력 진압을 하고 있는데, 시위자들은 돌멩이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군인들이 10대 후반 여성들을 성폭행한 뒤 건물 옥상에서 떨어뜨린다”며 “부모에겐 자식이 사망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박 목사는 국내 거주 중인 이란인들 간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사단법인 형태의 ‘재한이란인 네트워크회의’를 만들려 준비 중이다. 그는 “제가 소속된 재한이란인 모임을 사단법인 형태로 준비해왔다”며 “조만간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먼저 연락을 줘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며 “이란의 실상을 알릴 수 있는 홍보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하고, 광복 후엔 독재와 싸운 한국인들에게 ‘이심전심’을 바라고 있다. 박 목사는 “중국 충칭에 임시정부를 세우면서까지 했던 독립운동을 배웠고, 1980년대 독재에 반대해 시위했던 장면을 연희동 거리에서 봐왔다”며 “이 같은 기억이 있는 한국 사람들이 우리들의 문제를 좀 더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목사는 “시위는 계속해서 사그라졌다 올라가기를 반복하고 있다”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건 ‘자유’를 희망하는 이란인의 마음은 변함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에 거주하는 이란인들과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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