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7번의 대선이 있었다. 역대 대선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한 징크스는 ‘총리 불가론’과 ‘10년 주기 정권교체설’이다.
‘총리 불가론’은 국무총리 출신은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인지하만인지상’인 총리는 대선국면마다 유력주자였지만 성공 사례가 없다. ‘영원한 2인자’로 불렸던 김종필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3김 중 유일하게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문민정부 시절 총리를 지냈던 이회창 전 총재는 최고 스펙을 자랑한 막강 후보였지만 97년·2002년·2007년 대선 등 3차례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참여정부 시절 고건 전 총리나 이명박정부 시절 정운찬 전 총리도 결국 실패했다.
차기 대선도 비슷한 상황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대표는 한때 40%에 육박하는 대세론을 누렸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고전 중이다. 정세균 전 총리는 중도하차했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총리를 지냈던 황교안 전 대표도 한때 야권 최대 주자였지만 현재 군소후보로 몰락했다.
87년 대선 이후 10년 주기 정권교체설도 빛을 발했다.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 △문재인 등 10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됐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DJP(김대중+김종필)연대의 붕괴로 야권 승리가 유력했지만 새천년민주당은 ‘노무현바람’으로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2012년 대선도 마찬가지다. 이명박정부의 레임덕 현상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았지만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반 승리였다. 징크스가 이어지면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 반대로 깨진다면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에 성공한다.
또 ‘경기지사 필패론’도 흥미로운 징크스다. 손학규·김문수·남경필 등 역대 경기지사 대부분이 대권도전에 나섰지만 당내 경선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밖에 우리사회 최고 엘리트로 꼽히는 서울대 법대 출신의 대권불가 징크스도 역대 대선에서 유지돼 왔다. 아울러 제3지대 필패론도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징크스다. 지역적으로 영남·호남, 이념적으로 보수·진보에 기반한 여야 거대 양당의 최종 후보가 아닌 경우 대선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정치’를 화두로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국민의당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지막으로 충청권에 기반을 둔 여야 주자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충청대망론도 역대 대선에서 실현된 적이 없다. 한때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이른바 미투사건의 여파로 정치생명을 잃었다.
차기 대선이 불과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지율을 살펴본다면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에 가장 근접해있다. 물론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역시 적잖은 징크스가 있다. 일단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회의원 경력없이 대통령은 어렵다’는 징크스가 깨지게 된다. 이 지사가 승리하면 지긋지긋한 경기지사 필패론이 사라지게 된다. 윤 전 총장이 당선되면 서울대 법대 출신 최초의 대통령이 된다. 대선국면 때마다 양념 역할을 톡톡히 했던 수많은 징크스들이 차기 대선에서는 깨질까? 유지될까? 차기 대선을 지켜보는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