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수 문학상을 휩쓸며 한국 문단 대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구효서(63) 작가가 4년 만에 장편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해냄)로 돌아왔다. 작품은 제목부터 구 작가가 지금껏 써왔던 작품들과 달리 따뜻한 위로를 잔뜩 품고 있다. 순해 보일 것 같다는 이유로 제목도 일부러 ‘요’자로 끝맺음했다. 부제가 ‘파드득나물밥과 도라지꽃’인 이번 책은 강원도 평창 산골의 펜션 ‘애비로드’에서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각자의 상처를 꺼내보이며 서로 치유받는 과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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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단편 ‘마디’로 등단한 후 큰 공백없이 꾸준히, 다양한 작품을 실험해 온 구 작가에게도 이번 소설은 특히 새로운 실험이자 도전이었다. 소설이 작가 스스로가 몸담고 있기도 한 일명 ‘주류 문학’이 탐구하는 문학의 범주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에는 소설가라면 끊임없이 인간의 감정, 감각에 대해서 하나하나 분석하고 회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슬픈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이 나면 감정에 기만당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울음을 참곤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환갑이 지날 즈음 시선이 달라졌다. 세상을 너무 날카롭게 바라보는데 경도된 나머지 인간이 일상적으로 나누는 이해와 사랑, 위로 등의 감정에 대해 너무 간과하진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된 것이다. 이번 소설에서는 묘사력도, 사색도 없애고 간단한 문장과 대화로 가득 채웠다. 소설 속 인물들도 감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그는 “옛날 같았으면 ‘맛있다’는 표현도 촌스럽다고 생각해서 소설 속에서 직접적으로 안 썼을 것”이라며 “이번 소설에서는 맛있는 건 ‘맛있다’고 슬픈 건 ‘슬프다’고, 그것도 여러번 강조해서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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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을 쓰는데 어린시절 강원도에서 자랐던 기억이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어릴 적 누나들과 들판에 나가 나물을 캐곤 했다는 구 작가는 대뜸 “쑥부쟁이가 어떤 꽃인지 아느냐”고 물으며 “나만큼 꽃과 햇빛이 주는 감흥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가가 지금껏 써오던 순수문학을 그만 쓰는 것은 아니다. 이번 책을 집필하며 그는 인간의 오감에 대해 깊게 탐구한 단편 소설집도 동시에 썼다. 시각, 촉각, 청각, 미각, 후각이 과연 인간이란 생명체에 주어진 원초적인 기능인지, 혹은 문화적 환경 속에서 학습되고 길들여진 것인지를 다룬 소설이다. 그는 “단편집도 곧 나온다”며 “한 작가가 같은 시기에 쓴 전혀 다른 책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