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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원 재조사 압박에…WHO "정치가 과학 오염시켜"

이정훈 기자I 2021.05.29 07:49:44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 "이래선 원하는 답 못내놔"
"정치가 WHO를 이런 상황으로 내모는 건 불공정해"
美 2차 조사 압박…美의회선 WHO와 중국 유착설 제기
파우치 "시진핑 거꾸로 흔들면 주머니서 WHO가 나올까"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아내려는 조사가 정치에 의해 오염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비판하고 나섰다.

현장 바이러스 조사를 막은 중국과 이를 재조사하겠다는 미국을 모두 겨냥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WHO와 중국 간의 유착 의혹을 제시하는 미국 정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프로그램 긴급대응팀장


2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WHO에서 긴급대응팀장을 맡고 있는 마이크 라이언 박사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국가들이 과학으로부터 정치를 분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 같은 심경을 토로했다.

라이언 박사는 “WHO를 이런 상황에 처하도록 만드는 건, 우리가 수행하려고 하는 과학에 대해 매우 불공정한 처사”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솔직히 우리는 전 세계가 원하는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의혹이 재차 제기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중앙정보국(CIA) 등에 90일 이내에 조사 결과를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이에 강력한 반발하고 있다.

전날 파델라 차이브 WHO 대변인은 내부 전문가그룹이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에게 중국에 대한 재조사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5일 미국은 WHO에 독립 전문가들이 중국내 초기 데이터와 샘플에 완전히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2차 기원조사를 실시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영국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지난 2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조사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해 실사를 벌였던 WHO는 ‘실험실 유출설은 근거가 없다’는 골자의 보고서를 내놨지만, 중국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철저한 조사 없이 중국에 면죄부만 줬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그 후 테드로스 아드하눔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을 비롯해 WHO 고위 관계자들은 조사가 완벽히 진행되지 못했다며 중국이 철저한 조사를 방해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 미국에서는 정보당국 조사 과정에서 중국 우한에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인 2019년 11월에 이미 이 곳 연구원 3명이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청문회에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에게 WHO와 중국 간의 유착 가능성을 조사하라고도 요구했다.

이에 파우치 소장은 “만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잡아와서 거꾸로 매달아놓고 흔들면 그 주머니에서 WHO가 툭하고 떨어질 것이라는 데 동의할 수 있느냐“고 되물으며 중국이 WHO 조사에 영향을 미쳤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것이라는 가정은 초기에는 우파 음모론으로 치부돼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최근 수주일 미 정부와 과학자들 일부에서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방역을 놓고 갈등을 보이다 식품의약청(FDA) 청장 자리에서 해임된 스콧 고틀립 박사는 실험실 유출설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등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된 경우 확산 초기에 감염원이 밝혀져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에는 팬데믹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어떤 동물이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실험실 유출실을 지지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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