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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美·日·캐나다보다 누진율 높아
누진 단계, 누진율을 보면 조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다. 6단계-11.7배 누진제는 2016년 12월 현재처럼 개편됐다.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단계는 사용량에 따라 3단계(1단계 0~200kWh, 2단계 201~400kWh, 3단계 401kWh~)다. 최저단계와 최고단계 요금 차이(누진율)는 3배다. 사용량이 늘수록 3배수로 요금이 늘어나는 셈이다.
3단계-3배 누진제는 해외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전에 따르면 미국은 보통 2~3단계에 1.64배(32개 전력사 평균)다. 듀크 에너지는 2단계에 1.1배다. 1단계가 1000kWh로 한국의 1단계보다 5배나 폭이 넓다. 일본은 3단계에 1.54배(동경전력 기준), 캐나다는 2단계에 1.1~1.5배다. 밴쿠버가 속해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B.C주)의 비씨 하이드로 등 7개사 평균은 1.3배다. 프랑스는 누진제가 없다.
그렇다고 해외의 주택용 전기요금이 한국보다 낮은 건 아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8월 미국 주택용 평균 전기요금은 kWh당 13.3센트로 150.17원(1129.1원 환율 적용)이다. kWh당 하와이가 32.4센트(365.83원), 캘리포니아가 20.56센트(232.2원)으로 높았다.
반면 한전의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올해 8월 주택용 전기요금 판매수입은 1조742억2100만원, 판매량은 88억5104만1000kWh이었다. 한국이 kWh당 121.4원으로 미국보다 저렴한 셈이다. 지난해 한국의 주택용 평균 전기요금(kWh당 108.5원)도 미국보다 낮은 가격이었다.
일례로 한전 추산 결과 한국 도시에 거주하는 4인 가구(사용량 월 350kwh 기준)는 평균 약 5만5080원의 전기요금을 부담한다. 기자가 만난 캘리포니아에 사는 다니엘 제이 림은 월 60달러~100달러(4인 가구, 약 33평·109㎡)로 한국 평균보다 월 전기요금이 더 많았다.
◇누진제 공포 키우는 기계식 계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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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한국에는 실시간으로 요금을 알 수 없는 가구들이 많은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은 한전이 스마트미터를 보급하기로 한 가구 중 1600만호(6월 기준)가 아직도 기계식 계량기를 쓰고 있다. 반면 미국 등 해외에선 실시간으로 전력 사용량·요금을 알려주는 스마트미터가 보급돼 있다. 1초 단위로 실시간 사물인터넷(IOT) 기기, 핸드폰과 연동된 전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T 강국인 한국은 한전의 고지서를 받기 전에는 ‘누진제 공포’가 계속되는 구조인 셈이다.
전세계에서 44년간 한 전력회사가 누진제를 적용해 전기요금을 거둬가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에너지 기업인 인코어드 테크놀로지스의 최종웅 대표는 “미국은 전력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된 반면 한국은 한전이 시장을 독점한 구조”라며 “사용만 만큼 요금을 내도록 누진제를 추세적으로 없애야 한다. 전력 데이터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경제분석 컨설팅 업체인 베이츠화이트(Bates White)의 양성훈 수석 컨설턴트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성윤모 산업부 장관 등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에 대해 “한국에서는 한전만 전력을 판매하기 때문에 미국과 달리 서비스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에너지 전환, 4차 산업혁명으로 가기 위해선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시장을 개방해 시장 경쟁을 활성화 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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