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단물 빠진 과즙소주..7개월 천하로 끝나나

함정선 기자I 2015.10.19 06:00:00

과즙소주 3분기 판매 절반으로 '뚝'
경쟁 심화하며 유행에 지쳐..업계 '순수 소주'에 집중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과즙소주 열풍이 6개월 만에 사그라지고 있다. 주류업계가 너도나도 과즙소주를 출시하며 경쟁이 심화한 데다 소비자의 빠른 입맛 변화에 과즙 소주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탓이다.

안 그래도 술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과즙소주로 주류 소비 증가를 노렸던 주류업계는 예상보다 일찍 식은 열기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순하리 처음처럼’, ‘자몽에이슬’,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19일 업계에 따르면 과즙소주 열풍을 몰고 온 ‘순하리’를 비롯한 과즙소주 매출이 날이 갈수록 둔화하면서 7개월 반짝 특수에 그쳤다. 한국투자증권은 롯데칠성(005300)음료의 순하리 3분기 매출이 2분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200억원을 넘어섰던 순하리 매출이 100억원 수준으로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학(033920)의 과즙소주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7월 1500만병 판매에 육박했던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는 8~9월 월평균 판매량이 700만병으로 역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하이트진로(000080)의 ‘자몽에이슬’은 뒤늦게 판매 지역을 늘리며 판매량과 매출은 이전 분기 대비 증가세지만 절대적인 숫자는 크지 않다. 업계는 자몽에이슬의 3분기 매출은 약 8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과즙소주는 주류업계에서 기대하지 않은 ‘효자’였다. 과즙소주 덕분에 줄어들었던 술 소비가 늘어나면서 다시 활기를 띄우는 촉매제 역활을 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술 소비자 중 23%가 과즙소주를 마시며 음주량이 늘었다고 답했다. 술값 지출이 늘었다고 답한 응답자도 14%에 이르렀다.

특히 과즙소주는 주류 소비 증가와 함께 주류업체의 지역 확대에도 도움이 됐다. 롯데주류는 순하리를 바탕으로 부산·경남지역에서 기반을 마련했고, 무학은 컬러시리즈를 내세워 서울 입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류업계는 과즙 소주의 예상보다 이른 노화 현상에 당황하고 있다. 과즙소주 열풍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최소 1년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유행에 대한 미련을 빠르게 접고 다시 기존 제품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과일을 이용한 신제품 출시에 대한 계획도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롯데주류는 저도주를 선호하지만 과즙소주의 유행에 지친 소비자를 위해 소주 ‘처음처럼’의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광고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순하리 소비자를 처음처럼으로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의 팝업스토어 ‘이슬포차’를 서울과 부산 등에 차례로 오픈하며 젊은이들의 마음잡기에 나섰다. 무학 역시 컬러시리즈가 아닌 ‘좋은데이’의 신규 광고를 진행하며 서울과 수도권 지역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과즙소주 시장 경쟁에서 밀렸던 보해양조는 과즙소주와는 다른 콘셉트로 소비자 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보해양조는 알코올 도수 3%에 탄산을 가미한 술로 주류 시장 새로운 유행을 노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류 업계 유행이 생각보다 빨라 기대가 사라진 상황”이라며 “빠른 유행보다 정통 소주 소비자를 늘리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롯데칠성, 지배구조 이슈 단기조정은 매수 기회-KTB
☞롯데칠성음료, 종이팩에 담은 오렌지·망고 주스 출시
☞[오늘의 M&A 공시]롯데칠성음료, 씨에치음료 음료 부문 흡수합병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