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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강원)=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대관령국제음악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지난 23일 저녁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콘서트홀 무대.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0)이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A단조’ 연주를 끝내자 공연장 안은 일순간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날 관객의 시선은 지난 5월 말 한국인 최초로 ‘퀸엘리자베스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한 임지영에 쏠려 있던 터였다. 5초 정도가 흘렀을까. 탄성이 터져 나왔고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립박수로 화답한 이는 음악제의 공동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첼리스트 정명화(71)·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7) 자매. 두 감독은 음악제의 하이라이트인 ‘저명연주가 시리즈’의 포문을 연 떠오르는 기대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임지영은 지난 7년 동안 음악제 음악학교의 학생이었고 바로 그날 초청연주자로 처음 무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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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화 감독은 “프로그램이 얼마나 잘 짜여 있는가가 음악제의 성패를 좌우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멋지게 표현해 주는가”라며 “역시 기대했던 대로 초청연주자들이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최고의 무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보답하고 싶다. 세계적 음악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예술가의 축제에 관객 몰리다…내달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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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하프시코드 세계 데뷔 무대는 압권이었다. 그녀가 좋아한다는 피아노곡 중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 BWV 988’을 18~19세기 감성 그대로 하프시코드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려 전달했다. 오르간 같은 울림과 하프와 기타 소리를 번갈아 내며 화려한 선율을 뽑아냈다.
미국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수석 무용수인 발레리나 서희는 내달 1일 세계적 안무가 그레고리 돌바시안의 연출에 맞춰 라벨의 ‘볼레로’를 세계 초연한다. 프랑스 출신 발레리노 알렉산드르 암무디가 함께 무대에 선다. 또 같은 날 서울시향(예술감독 정명훈)의 팀파니 수석 아드리앙 페뤼숑은 각국서 온 연주자로 구성된 ‘GMMFS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국립합창단, 소프라노 황수미 등과 함께 포레의 ‘장 라신을 위한 찬가’ ‘레퀴엠’ 등을 들려준다.
△음악의 성장판…명연주자와 음악도의 만남
임지영·신지아·폴황·강승민·유영욱·김영욱 등의 공통점이 있다. 음악제에서 운영 중인 음악학교를 거쳐간 아티스트라는 것. 명성대로 음악학교를 찾는 국내외 학생은 넘쳐난다. 2004년 음악제와 함께 시작한 음악학교에 그간 참여한 학생 수는 20개국 1637명이다. 국내외서 온 저명교수는 매해 약 45명 정도. 재참가율은 49.5%에 달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한국에서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저명한 연주자와 교수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건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레슨·연주도 좋지만 식사를 함께하거나 옆에서 거장 연주자를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소중하다”며 “연주를 통해서 배울 점도 많지만 바로 곁에서 알아가는 것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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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화 감독은 “음악학교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른 다양한 학생은 물론 세계적 대가의 연주까지 들을 수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고, 또 뭘 하면 안 되는지까지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며 “음악학교에 참여한 많은 아티스트들이 콩쿠르 우승 등 좋은 소식을 들려주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