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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황금쥐띠 입학..패션업계 '너희만 믿는다'

최은영 기자I 2015.02.12 03:00:00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패션업계 신상품 출시 뜸해
초등학생용 책가방 예외..20여 개 업체서 불꽃경쟁
최고 대목 설 앞두고 판촉 경쟁 심화
부모·조부모·이모·삼촌까지 '에이트 포켓' 열어라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해마다 이맘때면 패션업계 봄여름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이상하게 소식이 뜸하다. 장기 불황의 여파로 패션가는 신상품을 선보이기보다 재고물량을 소진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불황에는 옷보다 잡화, 잡화보다 화장품이 더 잘 팔린다는 속설도 있다.

그런데 초등학생용 책가방만큼은 예외다. 올해는 2008년 황금쥐띠 해에 태어난 아이들 46만여 명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2006년 쌍춘년, 2007년 황금돼지띠, 2008년 황금쥐띠까지 출산율이 소폭 상승했던 시기의 마지막 해로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스포츠·아동복에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가세

올해는 휠라, MLB 등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빈폴, 닥스, 타미 등 캐주얼 브랜드에 블랙야크, K2 등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가세해 책가방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약 3~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백화점 책가방 판매의 80~90%를 스포츠 브랜드가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특히 신학기 시즌으로 불리는 1~2월은 이들 업체에 중요한 시기다. 1년 판매의 약 70~80%가 이때 일어나기 때문이다. 올해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선 지난 12월 판촉전이 시작됐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업계는 시장 규모가 줄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모만이 아이들 가방을 사줬다면 이제는 조부모, 외조부모에 삼촌, 이모(고모)까지 8명이 아이 1명에게 지갑을 여는 ‘에이트 포켓 원 마우스(8 pocket 1 mouth)’ 현장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TPO(때, 장소, 시간)에 맞는 가방 여러 개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느는 추세다. 소비주체가 8명으로, 구매 개수가 2~3개로 대폭 확장된 것이다.

실제로 빈폴은 지난해보다 물량을 43% 늘리기도 했다. 모두 10만 개를 생산할 계획인데 지난달 말까지 준비한 물량의 절반인 5만여 개를 팔아치웠다.

◇‘골드미스’ 이모·고모에 ‘피딩족’ 할아버지·할머니 시장 키워

이달 초까지 20개가 넘는 브랜드에서 초등학생용 가방 신제품을 선보였는데 가격은 대체로 고가다.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가방 단품 평균 10만 원대 중반에 신주머니까지 세트로 사면 20만 원에 육박한다.

이는 세대별 소비 행태가 과감해진 것과 연관이 있다. 경제적인 능력은 있으나 미혼인 ‘골드미스’ 이모ㆍ고모들은 돈을 써야 할 상황이 되면 화끈하게 쓰고, ‘피딩(Feeding)족’이라고 불리는 조부모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Financial), 육아를 즐기며(Enjoy), 활동적이고(Energetic), 헌신적(Devoted)이어서 자신의 손자를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특히 최근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아동·유아 상품군의 매출을 살펴본 결과 50~70대 고객의 연간 평균 구매 금액이 30대 고객보다 60%가량 높게 나타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같은 상품군에서 연간 100만 원 이상 구매하는 50~70대 큰 손 고객도 2011년 8500명에서 지난해 1만 명으로 최근 3년 사이 20% 이상 증가했다. 또 이들은 1년 중 명절 시즌에 유아동 상품군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특징을 보였다.

◇디자인에 기능성 갖춰 아이·부모 모두 만족시켜야

업체들은 저마다 디자인에 기능성, 안전성까지 더했다며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겨울왕국’의 엘사나 아이언맨, 최근 개봉해 인기를 끌고 있는 ‘빅 히어로’의 주인공 베이맥스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즈니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가방(휠라)부터 책가방에 보조가방 등 용도별 가방 여러 개를 패키지로 묶은 상품(뉴발란스 키즈)도 있다. MLB 키즈는 비상시 호신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탈·부착 가능한 호루라기를 가방에 단 것이 특징이다.

이랜드의 아동 브랜드는 9900원에서 5만9900원 사이 디자인 다양한 저가형 책가방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최근 현대홈쇼핑을 통해 론칭한 아웃도어 브랜드 하이시에라의 학생 가방은 바퀴를 달아 백팩과 캐리어, 두 가지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빈폴키즈, 닥스키즈 등의 제품은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일부 품목은 완판돼 재주문에 들어가기도 했다.

박동일 빈폴키즈 팀장은 “3년 연속 완판 행진을 이어갔던 빈폴키즈 책가방이 올해도 순항 중”이라며 “초등학생 책가방이 잔뜩 얼어붙은 시장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휠라 관계자는 “올해는 기존에 책가방을 출시하지 않던 유아동복 브랜드나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가세해 경쟁이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하다”며 “아이가 좋아하는 디자인에 기능성을 꼼꼼히 갖춰 부모까지 만족시키는 제품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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