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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10살까지 부모님이 양치질 해줘야

이순용 기자I 2014.09.18 06:06:18
[고광욱 유디치과 대표원장] 초등학생들을 검진해 보면 평생 써야 될 영구치가 이미 심하게 썩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그래서 치과에서 만나는 부모님들에게 아이가 10살 정도가 될 때까지는 하루에 한 번 아이의 이를 부모님이 직접 닦아주시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이들이 만 6세 정도가 되면 첫 번째 영구치 어금니가 나는데, 잇몸을 뚫고 올라오는 동안 잇몸에 불완전하게 반쯤 덮혀 있는 기간이 있다. 이 때 반쯤 덮힌 잇몸 아래로 음식 찌꺼기가 많이 끼는데, 아이들은 이곳을 완벽하게 잇솔질할 수가 없다. 그래서 완전히 나오기도 전에 이미 충치가 심하게 진행되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게다가 아이들의 영구치는 매우 약해서 충치가 일단 시작되면 어른 치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넓고 깊게 퍼지고 만다.

그래서 아이들의 치아는 부모가 직접 닦아주는 것이 좋다. 소파나 침대처럼 편안한 곳에 기대앉아서 아이를 품에 반쯤 눕혀 놓고 입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며 직접 잇솔질을 해주는 시간을 가져보자. 특히 가장 뒷쪽에 있는 어금니들을 구석구석 닦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치실을 사용해서 아이의 치아 사이사이를 깨끗하게 해주며 마무리를 하면 좋다. 치실을 사용해보면 생각보다 엄청난 찌꺼기들이 나와서 “안해줬으면 큰 일났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아이들의 이를 닦아주는 것이 좋을까?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다. 아직 이가 나기 전이라 하더라도 모유나 분유의 찌꺼기가 입 속에 남으면 부패해서 세균이 번식한다. 모유 수유를 한 뒤 깨끗한 거즈를 손가락에 감아 아이의 잇몸과 볼쪽 점막, 그리고 혀를 부드럽게 닦아주어야 한다. 신생아 때부터 입안은 특별히 부모가 관리해주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이가 난 이후에 잇솔질을 해줄 때에도 거부감이 적다.

또 언제까지 닦아주면 될까? 최소한 아이의 영구치가 모두 나기 전까지는 부모가 하루에 한 번은 이를 닦아주는 것이 좋다. 유치와 영구치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기를 ‘혼합 치열기’라고 하는데, 이 때 충치가 생겨 치아를 상실하게 되면 치아의 부정교합을 유발할 수도 있기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영구치가 모두 나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데, 이 때에 부모가 이를 닦아주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따라서 영구치가 모두 날 때까지 닦아줘야 한다는 의미는 최소한 영구치가 모두 나기 전까지는 아이에게 올바른 칫솔질을 전수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치과에서 아이들의 불량한 구강 위생 상태를 지적하면 부모들이 반드시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집안이 원래 이가 약해요”라는 말이다. 잇솔질을 잘해서 입안이 깨끗한데도 불구하고 충치가 많다면 그 말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부모와 아이 모두 검진을 해보면 잇솔질이 불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한 치아’가 유전된 것이 아니라 ‘잘못된 구강 관리 습관’이 대물림된 탓에 아이의 구강 상태가 좋지 못한 것이다.

부모가 먼저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생활화하고 올바른 잇솔질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배운 대로 아이들의 치아를 정성껏 닦아주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아이들이 치아 건강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올바른 잇솔질 방법을 직접 배울 수 있다. 아이와 친밀한 스킨십을 통해 교감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바로 오늘 밤부터 한 번 실천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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