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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일본 추월한 한국 임금, 생산성엔 문제 없나

논설 위원I 2024.03.19 05:00:00
한국의 임금 수준이 일본을 처음 추월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근 발표한 ‘한일 임금현황 추이 국제 비교 보고서’를 통해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0인 이상 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002년 179만 8000원으로 일본(385만 4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으나 2022년 앞질렀다는 것이다. 2022년 한국의 월 임금은 399만 8000원이었고, 일본은 379만 1000원이었다. 20년 만에 두 나라 사정이 바뀐 것이다.

한일 임금 역전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일본의 경우 버블 경제 붕괴 후 시작된 경기 침체가 2000년대에도 장기간 지속된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업 활력이 떨어지고 수익력이 약화된 탓에 임금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같은 기간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주력업종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기업 위상이 높아지고 역동성 또한 강화된 한국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일본 기업이 슬럼프에 빠진 동안 진격을 거듭한 한국 기업의 임금이 오른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일본보다 높으니 실질 임금을 따진다면 한일 격차가 더 벌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생산성이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9.4달러(2022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4.7달러의 76.3%에 불과하다. 일본(53.2%)보다 낮다. 낮은 생산성의 원인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눈여겨봐야 할 것 중 하나는 업무몰입도다. 매출 100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총 조사에서 사무직 근로자의 몰입도는 평균 82.7점에 머물렀다. 8시간 일한다고 봤을 때 약 17%인 1시간 20분을 흡연이나 인터넷서핑, 사적 외출 등 딴 일로 때운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대기업 임금(588만 4000원)에서 한국이 일본(443만 4000원)을 크게 앞질렀음을 주목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대등한 수준인 양국 임금이 대기업에서만 유독 큰 폭으로 벌어진 것이다. 부활을 노리는 일본 기업들의 반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대기업 편중의 임금 구조는 우리 산업계 전반의 협력에 마이너스가 될 공산이 크다. 청년 일자리 확대와 임금 양극화 해소에 박차를 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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