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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을 털어내야 하지만 사실상 매각 길이 막힌 점이 문제다. 정부는 차주 신청 없이도 ‘새출발기금’으로의 매각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으나,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를 위해 ‘나랏돈’을 쓰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고민에 빠졌다.
◇차주 신청 안하면 부실채권 매각 못해
20일 금융감독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 소호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1.78%에서 올해 6월 말 6.35%로 1년 만에 3.5배 급등했다. 지난해 6월 말 소호대출 연체율은 가계신용대출(4.49%)의 3분의1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신용대출(5.65%)을 웃돌며 전부문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8월 말 소호대출 연체율은 7%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연체된 소호대출의 약 90%는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그럼에도 연체율이 치솟은 것은 자영업자의 신용 리스크 증가와 부동산 경기 악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가 둔화하자 취약 업종 중심으로 장사가 안되고, 현금 흐름이 막히자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역시 안좋아지며 자영업자들이 담보물을 팔지 못해 빚을 그대로 떠안는 경우가 많아졌다.
‘작업대출’ 적발 이후 저축은행들이 ‘몸 사리기’에 나선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회사는 자산건전성이 악화하면 위험자산을 줄이는데, 소호대출 부문에서 작업대출까지 걸리며 취급을 더욱 꺼리게 된 것이다. 연체채권이 그대로인데 자산이 감소하면 연체율은 상승한다. 연체된 소호대출 잔액은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부실채권 매각이 사실상 막혀 연체율은 더 오를 전망이다. 현재 소호대출은 자영업자 채무조정 지원 기구인 ‘새출발기금’으로만 매각이 가능한데, 차주가 신청하는 경우에만 매각할 수 있어 매각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각은 소호대출 대부분이 담보부 채권이어서 쉽지 않다.
◇매각 허용시 차주 불이익 받을 수도
금융위원회는 새출발기금으로의 매각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그만큼 저축은행 소호대출 건전성 악화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세금을 투입한 새출발기금이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정리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로 어려워진 자영업자 재기를 돕기 위해 만든 자영업자 전용 채무조정 기구다. 출범 목적이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가 아닌 자영업자 지원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1조3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내년엔 7600억원을 추가로 들일 예정이다.
차주가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금융회사가 부실채권을 넘기면, 차주가 본인 의지와 달리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점도 관건이다. 새출발기금으로 채권이 넘어가면 추심은 즉각 중단되지만 차주는 신용점수 하락으로 인한 대출한도 축소, 카드발급 제한 등의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지난해 체결한 ‘협약’에 따라 금융회사는 90일 이상 연체된 채권은 차주 동의 없이 새출발기금에 채권을 매각할 수 있으나,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차주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태클을 걸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차주를 보호하는 동시에 저축은행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소호대출 연체율이 큰 폭으로 오르긴 했지만 BIS비율은 상승하는 등 업계의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 BIS비율은 지난해 6월 말 12.88%에서 올해 6월 말 14.15%로 올랐다. 법적 규제비율은 자산 규모에 따라 7~8%지만 금감원은 감독목적상 10~11% 이상을 유지하도록 지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