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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사법개혁 막판 스퍼트…후임 대법원장에 '숙제' 남겨

한광범 기자I 2022.06.21 07:00:00

상고심 개혁·법관 임용제도 개선안 잇달아 내놔
법원 오랜 숙원사업…개혁 완성보다 공론화 초점
법원 내부 "논의 올린 건 긍정적…후임 부담 덜어"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임기 종료를 1년 3개월여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이 올해 들어 상고심 개혁과 경력 법관 임용 절차 개선 등 사법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임기 내 개혁 완료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단 논의의 장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후임 대법원장의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김 대법원장이 의장인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올해 들어 법조계 화두인 상고심 개혁, 경력 법관 채용절차 개선 등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내놓았다. 사법행정의 투명성·민주성 강화를 위해 설치된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법원 인사 6인과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외부인사 4인으로 구성된 자문기구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고심 개혁은 법원의 가장 오랜 숙원이다. 현재와 같이 대법관 1인당 본안 사건만 연간 4000건에 육박하는 수준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선 대법원에서 충실한 심리와 최고법원으로서의 규범제시적 역할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고심문제 공론화에 중점…차기 대법원장 ‘숙제’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법원 내부에서 가장 원한 상고허가제와 재야 법조계가 원하는 대법관 증원을 혼합한 안을 제시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처럼 대법관이 직접 상고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상고가 허가된 사건에 한해서만 대법원이 심리하되, 재야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대법관을 필요최소한 수준인 3~5인 증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상고심 개혁은 입법 사항이다. 국회에서 관련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개혁안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상고심제도 개혁의 경우 법원 외부에 대통령직속이나 국회에 사법개혁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대통령과 국회의 의지가 없다면 논의 자체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실제 사개추위가 구성되더라도 논의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임기가 1년을 조금 넘게 남은 김 대법원장 임기 내의 입법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법행정자문회의 역시 논의 과정에서 실제 입법보다는 공론화에 초점을 뒀다. 다수의 위원이 “우선적으로 현 상고심제도의 문제점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대를 보인 것이다. 이번 사법행정자문회의가 낸 자문의견도 상고심 제도 개혁 공론화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아울러 법관 임용 절차와 관련해선 애초 대법원이 희망했던 ‘법조 최소경력 5년 유지’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만큼, 현재와 같이 저연차 법조인 선발에 초점이 맞춰진 임용 절차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법조인들에게 보다 적합한 채용절차를 위해 향후 법률서면 작성평가를 폐지하고 그 대신 서류전형평가를 더욱 엄격히 진행하도록 했다.

우수 법조인 법관 지원 늘릴 획기적 방안 내놓아야

이 역시도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이뤄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당초 올해 예정됐던 법관 임용 최소 법조경력 7년 확대가 2025년으로 연기된 상황에서, 법원도 이에 맞춰 임용절차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관련 논의를 진행한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 법조일원화제도분과위원회도 ‘최소 법조경력 5년’일 경우엔 현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더욱이 2029년부터 최소 법조경력이 10년으로 확대되는 만큼, 여기에 맞는 임용절차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상 신분보장을 되고 국민 재판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만큼, 법원으로선 우수한 법조인들이 보다 쉽게 법관직에 도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세부 평가항목 마련엔 상당한 논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원자에 대한 외부 평가를 어떻게 반영할지가 핵심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원자에 대한 법관직 적격성 평가를 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또 재판을 진행하는 현직 법관들이 소송에 참여하는 변호사를 평가하는 방안도 제시됐으나 이 역시도 찬반 의견이 엇갈려 결론이 나지 못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일단 이들 사법개혁 이슈들이 논의의 장에 올랐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수도권 법원 소속 한 판사는 “임기 내 성과를 내고 싶은 김 대법원장의 욕심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법원에 시급한 이슈인 만큼 논의가 진행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한 고위 법관은 “정치적 논란과 무관한 만큼 차기 대법원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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