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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달 13~16일 사우디와 이스라엘 등 중동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순방은 이스라엘부터 시작된다. 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만난다”고 했다. 이어 팔레스타인을 찾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협의를 하고, 그 이후 사우디 제다를 방문한다. 피에르 대변인은 “거의 80년간 전략적 파트너였던 사우디를 방문하는 걸 고대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리더십과 초청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라이트는 사우디 방문이다. 인권을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 왔다. 그가 2018년 10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된 사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초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을 승인했다는 국가정보국(DNI)의 기밀보고서를 공개했고, 그 이후 두 나라의 관계는 급랭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찾는 건 유가 폭등을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러시아산 원유가 사실상 묶여버린 와중에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로 꼽히는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늘려야 배럴당 120달러가 넘는 초고유가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는 세계 3대 산유국으로 꼽힌다. 사우디를 향한 인권 이슈에서 한발 뺀다는 비판론을 감수하고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드시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존심을 다 버린 셈이다.
정치분석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취임 510일째인 전날 기준 39.7%에 불과했다.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3.7%였다.
실제 이날 나온 올해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10.8%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부가 2010년 11월 관련 통계를 낸 이후 가장 높았던 3월(11.5%)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두자릿수 이상이라는 점에서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특히 에너지 부문(45.3%)이 고공행진을 했다.
피에르 대변인은 “(이번 사우디 방문에서) 에너지 문제가 중요한 이슈지만 유일한 이슈는 아니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면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