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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25억 바이올린 진위 가린 '나이테'

윤종성 기자I 2021.06.02 05:59:20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발레리 트루에|340쪽|부키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 1999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애슈몰린 박물관이 소장한 바이올린 ‘메시아’의 위작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화 225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현존하는 가장 비싼 악기의 위작 논란에 세계는 발칵 뒤집혔다. 진위 논쟁은 2016년 영국의 연륜연대학자 피터 랫클리프가 종지부를 찍었다. 그가 ‘메시아’의 나이테를 분석해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716년에 제작한 악기가 맞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 일은 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해 연대를 측정하고, 이를 활용해 과거 기후와 생태를 연구하는 학문인 연륜연대학을 세상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책은 나이테를 연구하는 연륜연대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계적인 연륜연대학자이자, 미국 애리조나대 나이테 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나이테 연구를 통해 과거의 평균적인 기후뿐 아니라 극한 날씨, 폭염, 허리케인, 산불 등의 사건을 추적한다. 또 과거의 기후변화가 유럽의 로마 제국, 아시아의 몽골 제국, 미국 남서부의 고대 푸에블로 사람들 등 인간 사회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며 자연과 인류사의 비밀을 푼다.

나이테를 통해 과학, 역사, 지리, 기후, 건축, 문학, 미술 등을 흥미롭게 써내려간 ‘지적 탐험서’같은 책이다. 책 곳곳에서 나이테 부심을 잔뜩 부린 저자가 ‘나이테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모든 개념과 연구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수많은 나무의 비밀을 통해 저자가 얘기하려는 것은 오늘날 인류가 처한 기후 위기다. 나무에 켜켜이 쌓인 과거 기후와 역사의 기록이 위기 극복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이테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에 과거 사회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나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기후 변화의 원인과 거대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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