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세계 최고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꿨고 미국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CCD)을 다녔다. 1999년 GM에 입사해 쉐보레의 스포츠카 콜벳을 디자인하며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2010년 폭스바겐 디자인센터의 러브콜을 받아들여 독일계에 몸을 담았고 지난해 초에는 벤틀리 디자인 총괄로 승진했다. 그는 영국 크루에 있는 벤틀리 디자인 센터에서 디자이너 10여명을 포함한 50여 팀원을 이끌고 있다.
|
지난 13일에도 한국을 찾았다. 고객맞춤 주문제작 서비스 ‘뮬리너(Mulliner)’를 알리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직접 디자인한 한국형 벤틀리 ‘플라잉스퍼 코리아 에디션’을 선보였다. 3억원이 넘는 이 차에는 ‘뮬리너 디자인드 바이(designed by) 이상엽’이란 자수가 곳곳에 새겨졌다.
이 디렉터에게 후배를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배움의 장소는 중요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 디렉터는 “한국인은 도전정신이 강하다. 헝그리 정신도 있다. 풍요롭다고 할 수 없던 한국에서 23년 동안 배고프게 지냈던 내가 이만큼 했으니 누구나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내 대학 졸업 후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디자이너로 입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 벤틀리 디자인팀에서 일하는 4명의 한국인 중 3명이 한국 대학을 졸업한 후 각지에서 경력을 쌓아 이곳에 왔다.
이 디렉터는 “예전에는 미국과 독일, 영국 등 나라마다 저마다의 디자인 특색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화 덕분에 출신 지역보다는 개개인의 소질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에 취직하더라도 얼마든지 앞으로의 기회는 열려 있다. 이 디렉터는 “한국 자동차 회사도 디자인 면에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기본 가격이 1억원이 넘는 최고가 브랜드의 디자인은 무엇이 다를까. 그는 “3년 전 벤틀리에 부임했을 땐 사실 부담이 컸다”며 “연필로 그림을 그리던 어린이가 100가지 색연필을 받아 든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의 디자인을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비유했다. 신사적이면서도 진취적인 양면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반듯한 양복에 핑크색 안감을 넣는 식이다. 벤틀리도 럭셔리 카이면서 레이싱 카이기도 하다는 것.
그러나 최고급 브랜드 디자인도 결국 팀 워크(team work)가 가장 중요하다. 이 디렉터는 “(디자인에서) 슈퍼스타는 믿지 않는다. 한 명 한 명이 조화를 이루는 팀 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