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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층간소음 분쟁 1.6만건…소음규제는 '뒷걸음'

최훈길 기자I 2015.06.22 06:56:17

소음측정에 수십만원 비용 부담…분쟁조정시 6개월 이상
민원 느는데 소음규제는 완화…"측정방식도 문제 있어"
정부 "이웃간 배려 통해 스스로 문제 해결해야"

[이데일리 최훈길 전재욱 기자] . 경기도 의정부 소재 한 아파트에 사는 황모(33)씨는 지난해 9월 위층에 사는 김모씨와 층간소음으로 말다툼을 하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이어 10월에는 김씨에게 살해 협박을 했고, 13회에 걸쳐 협박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의정부지법은 황씨를 상해·협박·경범죄 처벌법 위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벌금 10만원을,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벌금 10만원을 부과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참극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에선 층간소음 문제로 칼부림까지 벌어져 1명이 흉기에 찔려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하지만, 정부·지자체 모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못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음 기준을 강화하고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자료= 환경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21일 환경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 상담 건수는 2012년 7021건, 2013년 1만 5455건, 2014년 1만 637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올해도 지난 4월까지 6195건이 접수됐다. 연간 기준으로 환산 시 1만 8500여건에 달한다.

정부는 이웃사이센터나 국토교통부 우리가(家)함께 행복지원센터에 상담이 접수되면, 현장소음 측정을 하고 분쟁 조정에 나선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시·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 시·군·구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등에 조정을 신청해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분쟁조정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데다 해결 가능성도 작다는 점이다. 환경분쟁조정위 등에서 소음을 측정할 경우 40만~70만원의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조정기간만 최소 6개월 이상이어서 소송까지 가면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층간소음 측정과 소음피해 입증도 쉽지 않다. 측정 당시 층간소음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고 사람마다 소음 체감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측정 당시 귀에 잘 들리는 소음(고주파)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기준으로 해야 거주자 양쪽이 수긍하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측정범위를 넓혀 고주파와 함께 발생하는 진동(저주파)까지 측정해야 소음 피해를 명확히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층간소음 분쟁의 주원인은 저주파”라며 “신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 저주파를 측정하지 않는 조사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윗집에서 소음을 내면 그 층간 소음이 아랫집에는 저주파로 변해 들리게 되는데, 이 경우 머리가 아프거나 토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물론 장기간 노출되면 뇌졸중도 겪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소음을 규제하는 규정은 오히려 느슨해졌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지난해 5월부터 ‘공동주택 층간소음기준에 관한 규칙’을 시행하며 소음 기준을 완화했다. 1분 등가소음도(평균 소음)이 기존 환경부 자체 기준인 ‘주간 40㏈, 야간 35㏈’에서 ‘주간 43㏈, 야간 38㏈’로 3㏈씩 올랐다. 게다가 해당 규칙에는 처벌 규정이 없다. 소음을 일으켜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강규수 소음진동피해예방시민모임 대표는 “건설사 눈치를 보며 규제를 완화하다 보니 시민들이 취할 수 있는 대책은 이사 가는 것뿐”이라며 “층간소음 전수조사 시행, 처벌 규정 도입, 국민안전처 산하에 층간소음분쟁조정위 설치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층간소음 분쟁은 개인 간에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층간소음 문제는 이웃 간 배려 등을 통해 사적으로 풀어야 할 영역”이라며 “처벌 규정을 신설하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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