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으로 인한 참극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에선 층간소음 문제로 칼부림까지 벌어져 1명이 흉기에 찔려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하지만, 정부·지자체 모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못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음 기준을 강화하고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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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웃사이센터나 국토교통부 우리가(家)함께 행복지원센터에 상담이 접수되면, 현장소음 측정을 하고 분쟁 조정에 나선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시·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 시·군·구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등에 조정을 신청해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분쟁조정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데다 해결 가능성도 작다는 점이다. 환경분쟁조정위 등에서 소음을 측정할 경우 40만~70만원의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조정기간만 최소 6개월 이상이어서 소송까지 가면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층간소음 측정과 소음피해 입증도 쉽지 않다. 측정 당시 층간소음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고 사람마다 소음 체감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측정 당시 귀에 잘 들리는 소음(고주파)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기준으로 해야 거주자 양쪽이 수긍하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측정범위를 넓혀 고주파와 함께 발생하는 진동(저주파)까지 측정해야 소음 피해를 명확히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층간소음 분쟁의 주원인은 저주파”라며 “신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 저주파를 측정하지 않는 조사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윗집에서 소음을 내면 그 층간 소음이 아랫집에는 저주파로 변해 들리게 되는데, 이 경우 머리가 아프거나 토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물론 장기간 노출되면 뇌졸중도 겪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소음을 규제하는 규정은 오히려 느슨해졌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지난해 5월부터 ‘공동주택 층간소음기준에 관한 규칙’을 시행하며 소음 기준을 완화했다. 1분 등가소음도(평균 소음)이 기존 환경부 자체 기준인 ‘주간 40㏈, 야간 35㏈’에서 ‘주간 43㏈, 야간 38㏈’로 3㏈씩 올랐다. 게다가 해당 규칙에는 처벌 규정이 없다. 소음을 일으켜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강규수 소음진동피해예방시민모임 대표는 “건설사 눈치를 보며 규제를 완화하다 보니 시민들이 취할 수 있는 대책은 이사 가는 것뿐”이라며 “층간소음 전수조사 시행, 처벌 규정 도입, 국민안전처 산하에 층간소음분쟁조정위 설치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층간소음 분쟁은 개인 간에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층간소음 문제는 이웃 간 배려 등을 통해 사적으로 풀어야 할 영역”이라며 “처벌 규정을 신설하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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