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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대 정원 갈등에 묻힌 비대면진료 논의, 멈출 일인가

논설 위원I 2024.03.06 05:00:00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놓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다른 의료개혁 과제에 대한 논의가 실종되다시피 하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의료개혁의 전제 조건이자 제1 과제로 보고 올인하고 있는 반면 의료계는 환자 곁을 떠나는 사실상 파업까지 불사하며 이를 막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그 밖의 각종 의료개혁 과제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 분위기다. 특히 국민 의료서비스 이용 편익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도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의료서비스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로 구성됐을 뿐 비대면진료는 언급되지도 않았다. 정부가 의·정 갈등 본격화를 앞두고 지난달 23일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했지만 이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종료될 때까지로 한정된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 정부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이어 이번에도 비대면진료를 임시방편으로만 활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이후 이용자 수는 그전의 두 배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중대형 병원보다는 소규모 동네병원을 중심으로 비대면진료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기적으로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하는 고혈압 환자 등 만성질환자가 이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지역적으로 편중된 소아청소년과에서도 비대면진료가 활발히 이용된다. 코로나 확산기에 이용해본 경험도 있어 많은 국민이 비대면진료에 익숙해져 있고, 병원 측에도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비대면진료가 임시방편을 넘어 항시적 제도가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엉거주춤한 상태로 놔둬서는 중개 플랫폼 등 필수 인프라가 자리 잡기 어렵다. 비대면진료가 의료 서비스의 한 방법으로 정식 제도화하려면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해 이를 위한 논의를 하다가 의료계 반대에 부닥치자 손을 놔버렸다. 비대면진료 제도화도 의대 정원 증원 못지않은 의료개혁 과제다. 정부가 추진 일정을 앞당겨 제시하는 등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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