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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본에도 ‘노인들의 하라주쿠’라 불리는 번화가가 있다. 하라주쿠는 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상가 밀집지로 우리의 홍대거리에 비견되는 상권이다. 도쿄 도심 북쪽에 위치한 JR 스가모역에서 내리면 만날 수 있는 스가모 지조도리 상점가. 다시 말하면 ‘일본 노인들의 홍대거리’ 정도가 되는 셈이다. 약 800m 길이의 스가모 지도조리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주로 파는 상점 수십 곳과 즐길 거리들이 모여 있는 유명한 거리다.
스가모 지도조리를 찾은 지난 7월 3일 오후는 관광객보다 현지 노인 방문객으로 붐볐다. 거리 입구에 들어서면 건강을 상징하는 빨간색 속옷들의 강렬한 비주얼이 눈을 사로잡는다. 소금 찹쌀떡, 양갱 등을 판매하는 유명 맛집들 앞에 늘어선 노인들의 긴 줄과 마주한다. 백발의 손님이 진열된 물건에 관심을 보이면 백발의 사장이 다가와 응대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스가모 거리에 고령층이 모이게 된 것은 사찰 때문이다. 상점가 입구에서 170m 떨어진 곳에 고간지라는 절이 있는데, 아픈 곳을 낫게 해준다는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다. 매월 마지막 숫자가 4로 끝나는 참배 날에는 몸이 성치 않은 참배객들로 붐빈다.
물론 고령자들이 스가모 거리를 찾는 것은 신앙심 때문만은 아니다. 턱없는 보도, 빨간 글씨로 큼지막하게 붙은 가격표 등 ‘고령자 친화적’인 환경 덕분이다. 800m에 달하는 거리는 차량 진입이 통제돼 있고 인도와 도로의 연석이 없어 휠체어를 탄 노인도, 자전거를 탄 노인도 여유 있게 거리를 오갈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노인들의 이동 편의성을 위해 대부분 가게도 문턱을 없앴다. 스가모 A2출구를 나와 상점가까지 이어진 곳에는 노인들의 온열 질환을 걱정하기라도 하듯 야외 안개 분무기도 설치돼 있었다.
이러한 고령자 친화적인 모습은 스가모 우체국에서도 나타났다. 일본은 양력 8월 15일 추석인 오봉을 앞두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선물을 돌리는데, 우체국 내부에선 고령자들에게 이러한 서비스를 알릴 수 있도록 큰 글씨를 붙여놨다. ATM기 앞에는 고령자들이 각종 전화 사기를 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안내 문구를 준비해 놓기도 했다.
노인들의 ‘아지트(은신처)’로 불린 도쿄 신주쿠에 있는 게이오 백화점도 마찬가지었다. 노인 등이 주로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층별 전시 상황을 알려주는 안내 문구도 큼지막하게 써 붙여 놨다. 특히 백화점 최상층인 8층 매장에는 개호(돌폼) 용품 전용 공간을 만들어 고령자의 쇼핑 선택권을 넓힌 모습이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통·번역 도움=강태규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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