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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파스텔톤의 투명한 수영장. 창밖에 비친 전경은 물론 풀 난간에 걸터앉은 두 소녀까지 투명하다. 어디 하나 흐트러짐 없이 반듯한 것도 인상적이다. 타일은 물론 여백에 세운 화분까지 거리를 잰 듯 정렬해 있으니. 그런데 이 경직된 분위기는 뭔가.
슬로바키아 출신 사진작가 마리아 스바르보바(31)는 우아함을 품은 강박적 완벽성이 빚어낸 아이러니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 작업을 위해 선택한 소재는 수영장. 1930년대 만든 슬로바키아의 13개 수영장을 찾아 예전 집단주의가 남긴 흔적을 좇았다.
‘수영장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이질적인 긴장감이다. 황금비율의 대칭구조, 마땅히 그 자리여야 할 듯한 오브제, 표정을 없애고 딱딱하게 굳은 모델 등. 마치 작품만을 위해 연출한 느낌을 풍기는 거다.
‘쌍둥이’(2016) 역시 그중 한 점. 유년시절을 더듬었다는 작가의 기억이 피사체가 돼 초현실적 풍경을 만들었다.
25일까지 인천 미추홀구 연남로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서 여는 개인전 ‘수영장’(Swimming Pool)에서 볼 수 있다. 국내 첫 개인전이다.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90×90㎝. 작가 소장. 롯데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