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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노래 따라 부르려고요"…한글 배우는 외국학생 `쑥쑥`

신하영 기자I 2019.06.02 08:58:58

5년 전 8.6만명서 지난해 13.7만명으로 58% 증가
동남아 국가서 한·중·일 간 자국어 채택 경쟁 치열
中 물량공세 속 한류로 버텨…태국 등 교육수요↑
교육부 국제협력관, 방탄소년단에 홍보대사 요청도

미국 LA한국교육원이 지난해 6월 교육원 강당에서 ‘2018년 정규 중고등학교 한국어반 장학생 시상식’을 개최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해외 현지 초·중등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5년간 5만 명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는 등 한류 열풍에 힘입은 덕이다.

이데일리가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최근 5년(2013~2018년)간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 반 개설 현황에 따르면 외국의 초·중·고 학교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는 학생은 2013년 8만6415명에서 지난해 13만6866명으로 5만451명(58.4%)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교 수도 같은 기간 24개국 1053개교에서 28개국 1495개교로 늘었다. 이는 정규수업이나 방과후수업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나 선택과목으로 채택한 학교 수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가장 많은 국가는 태국으로 지난해 기준 3만7401명에 달했다. 이어 △미국 1만8175명 △일본 1만5955명 △우즈베키스탄 1만470명 △호주 8588명 △대만 6803명 △키르기즈스탄 5850명 △러시아 5541명 순이다.

교육부는 해외 한국어교육원 등을 통해 현지 초·중·고교에서 한국어를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 한국어교육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태국이 대표적이다. 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2011년 59개교 1만7203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19개교 3만7401명으로 성장했다. 앞서 교육부는 2017년 태국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어교사 58명을 태국 현지로 파견했다. 이들의 현지 채재비는 우리정부와 태국정부가 공동 부담한다. 교육부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태국인 한국어교사 양성사업도 병행, 140명을 배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동남아 등지에선 자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토록 하려는 한·중·일 간 경쟁이 치열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들도 국제화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영어를 기본적으로 배우고 제2외국어로 중국어·일어·한국어 등을 배우는데 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자국어를 채택토록 하기 위한 한·중·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를 수용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요구조건도 많아지고 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교육과정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교원이나 프로그램 개발·운영비용이 필요한데 동남아 국가들이 이에 대한 비용 지원을 바라고 있다”며 “중국이 물량공세로 이런 요구를 대폭 수용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관련 예산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한류로 버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교육부 고위 공무원이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직접 편지를 써 도움을 요청한 사실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서울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방탄소년단 측이 스케줄 등을 이유로 이를 고사하면서 성사되진 못했다. 최은희 교육부 국제협력관은 “해외 한국어 채택사업이 탄력을 받으려면 한국어 교육 수요가 꾸준히 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한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며 “특히 방탄소년단이 홍보대사로 나서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직접 편지를 써 이를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6~2018년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반 개설 현황(자료: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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