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맞을 바에 집 물려준다"… 주택증여 지난해 사상 최대

김기덕 기자I 2019.01.08 04:30:00

작년 10만건 훌쩍 ‘역대 최대’
고가 주택 몰린 강남 1년새 2.5배 ↑
“4월 인상된 공시가격 발표 앞두고
절세 목적 증여 늘 듯“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에서 집 3채를 보유한 60대 김진규(가명)씨는 올 초 본인이 거주하는 강남구 아파트와 월세를 받고 있는 마포구 아파트를 제외하고, 나머지 한 채를 아들에게 증여했다. 김씨는 당초 결혼을 앞둔 아들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이 아파트를 팔 계획을 세웠지만, 최근 2년 새 집값이 크게 오른 영향으로 중과된 양도소득세율을 적용받기에는 세금 부담이 너무 컸다. 또 올해 4월 발표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대폭 오르면 종합부동산세를 감당할 여력이 없을 것 같아 결국 아들에게 집을 물려주기로 했다. 아파트 시세가 7억원이라 증여세율 30%(과세표준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를 적용받지만, 20% 포인트 중과되는 양도세보다는 세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녀나 배우자에게 증여한 주택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로 종부세나 양도세 등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이 대폭 늘어난 데다 9·13 부동산 대책 이전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가족에게 주택을 물려주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집값 하락 가능성이 높지만 공시가격 인상 등 세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 있는데다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등 집을 장기 보유하거나 팔기에는 불리해진 측면이 많아 ‘부(富) 대물림’ 차원에서 증여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4월 말 발표될 예정인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대폭 인상될 예정이라 연초부터 절세를 목적으로 증여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1~11월 증여거래 10만건 훌쩍… 서울 3년새 2배↑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10만1746건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7년(8만9312건)에 비해 14%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서울의 증여 거래는 2만2587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직전 연도(1만4860건)에 비해 무려 52% 늘었으며, 3년 전인 2015년(1만221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고가 주택이 몰린 강남구의 증여거래는 2573건으로 전년도 1077건에 비해 2.5배 이상 급증했다.

가장 많은 증여가 이뤄졌던 시점은 지난해 3월. 한달 간 총 1만1799건의 증여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바로 다음 달인 4월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2주택자 최고 52%·3주택자 62%)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7000건~8000건을 유지하던 증여 거래는 7월 기대보다 약한 종부세 개편안이 나온 영향에다 용산·여의도 통개발 발언 등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8월 또다시 1만건을 넘기기도 했다. 9·13 대책 발표 이후인 10월 또다시 1만270건으로 대폭 늘었다. 9·13 대책 이후 종부세 세 부담 상한(조정대상지역 내 3주택자 최대 300%)을 올리고, 사상 최고 세율(3.2%) 등을 규정한 종부세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 최종 확정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남수 신한은행 PWM도곡센터 PB팀장은 “지방 보다는 서울 등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들이 양도세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까지는 임대사업자 등록이 많았는데 9·13 대책 이후에는 혜택이 줄어 이제는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증여 자체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언제는 집값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심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 포함된 부담부증여 활용… “올 1분기 대폭 늘 듯”

다주택자들이 가족에게 집을 물려줄 경우 전세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과 같이 부채도 함께 이전하는 ‘부담부 증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증여자 입장에서는 전체 집값에서 부채를 제외한 금액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고, 나머지 금액을 양도소득세로 내면되기 때문에 매매차익이 적을 경우 세 부담이 적은 편이다.

예를 들어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시세가 10억원인 아파트를 자녀에게 부담부증여(전세보증금 8억원 포함)하면 부모는 8억원에 대한 양도세를, 자녀는 부채를 제외한 2억원에 대한 증여세를 내면 된다. 물론 부모에게 넘겨받은 대출 또는 보증금에 대한 상환 의무는 자녀가 갖게 된다. 만약 해당 아파트 취득가액을 5억원으로 가정하면 양도세는 1억9100만원, 증여세는 1900만원으로 총 세금이 2억1000만원 가량 된다. 증여세는 1억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세율이 10~50%에서 정해진다.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세무사는 “증여는 대상 주택의 대출 비중, 주택보유 수, 증여자산의 취득 가액과 대비 현 시세 차이, 상속자산 규모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양도세나 종부세 규모와 증여에 따른 세금을 꼼꼼히 비교해야 절세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른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올 4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나오기 이전 증여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주택 증여세는 토지나 상가 건물과는 달리 해당 주택과 비슷한 시기나 규모에 거래된 실거래액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취득 시점이 오래돼 과거 매매계약서가 없거나 정확한 취득가액을 알지 못할 경우 주택 승계 시점 기준가액(공시가격)에 비례해 양도세가 더 높아질 수 있어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올해 부동산시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돼 수익률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세금을 줄이기 위한 시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등 수도권 규제지역은 지난해 아파트값이 상당히 올랐기 때문에 공시가격 발표 이전인 올 1분기 증여 사례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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