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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황금 연휴 맞은 서울 요우커가 '접수'

장영은 기자I 2014.05.07 07:00:01

명동·경복궁·동대문 등 주요 관광지 중국인들로 북적
화장품 사려면 1시간..동대문은 관광버스로 차량 정체
日 관광객은 눈에 띄게 감소.."지난해 절반 수준"

[이데일리 장영은 조진영 기자] “쏘리, 익스큐즈미(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지난 3일 저녁 8시 40분 경 롯데백화점 본점 9층 면세점 화장품 코너의 진풍경이다. 가져다 놓기 바쁘게 동이 나는 제품을 채워 넣기 위해 직원들은 연신 제품이 담긴 박스를 옮겨댔다.

면세점 쇼핑을 마친 한국인 부부는 “출국 전에 화장품 사려고 잠깐 왔는데 계산하는 데만 30분 이상 소요됐다”며 손사레를 쳤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기도 했다. 한 중국인 부부는 자신의 면세 한도를 다 써버린 부인이 남편 여권으로 화장품을 샀다가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 화장품 코너를 찾은 관광객들이 줄을 선채로 계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 황금 연휴 기간인 노동절(4.30~5.4)을 맞아 백화점과 면세점은 밤을 잊은 중국인 쇼핑객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라네즈, 설화수, 헤라 같은 인기 브랜드 매장에는 20여명씩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아예 줄을 선 상태에서 화장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구매 목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은 마감 시간을 한 시간 늘려 오후 9시까지 연장 영업을 결정했지만 몰리는 관광객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폐점을 5분 앞둔 8시 55분까지도 주요 화장품 매장 마다 10여명의 관광객이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이날 롯데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코너는 9시 30분이 다 돼서야 영업을 끝냈다.

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롯데백화점 1층과 2층 안내데스크에는 중국 전통 의상인 붉은색 치파오를 입은 중국어 담당 직원이 쉴새 없이 몰리는 중국인 고객을 안내하기에 바빴다. 주요 화장품 매장에는 중국어에 능통한 계산원이 두세명씩 추가로 배치됐다. 신세계백
▲동대문 의류상가를 찾은 중국인들이 관광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화점에서 중국어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혜원(25)씨는 “노동절 기간에는 아르바이트생끼리 연락처를 주고받을 시간도 없다”며 “각 층에 대기하고 있다가 중국인 고객이 오면 뛰어가 제품 특징이나 사용법을 설명한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 거리에서 만난 중국인 유학생 뚸찡찡(22)씨는 “한국에 유학온지 1년이 다 됐는데 거리에 중국사람이 이렇게 많은 경우는 처음봤다”며 놀라워 했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것은 명동만이 아니었다. 경복궁과 청계천, 동대문 등 주요 관광지는 한국 사람보다 중국인이 더 많을 정도였다. 특히, 단체 관광의 필수 코스인 동대문 패션타운 앞 도로는 중국인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1차선을 점령하고 있었다. 택시기사 박영준(42)씨는 “요즘엔 동대문에만 들어가면 차가 꼼짝없이 갇혀버린다”면서 “청계천 건너기 전에 내려서 걸어가는 게 더 빠를 정도”라고 했다.

▲쇼핑객들로 북적이는 명동거리.
서울 시내 주요 관광지 버스 주차장에는 음식점 전 단지를 든 식당 직원들 간에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복궁 관람을 마친 중국인 관광객들이 출구로 나오자 인근 식당에서 나온 직원 3명이 가이드에게 다가가 전단지를 내밀었다.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박모(55)씨는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장사가 너무 안돼 직접 나왔다”면서 “40명짜리 손님 한 두팀만 건져도 괜찮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인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본인 리사코(30)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한국은 당일치기나 1박2일로 갈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한다”면서 “모처럼 긴 휴일이라 친구들은 고향에 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서울글로벌문화관광센터에서 일본인 안내를 맡고 있는 조현은(25)씨는 “올해 골든위크에 센터를 방문한 일본인이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그나마도 대부분 자유여행으로 갈 곳을 정해놓고 2~4명씩 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1분기 일본인 관광객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72만3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일본인 관광객(69만8000명)을 제치고 외국인 방문객 1위에 올랐다. 올해는 두 나라 관광객 수의 차이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의 노동절과 일본의 골든위크를 맞아 대목을 맞은 명동의 한 옷가게에 중국어, 일본어가 가능한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한다는 공지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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