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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수주전, 국민 응원 필요하다[생생확대경]

김아름 기자I 2024.06.25 05:00:00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미움받을 용기’로 유명한 일본의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는 저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에서 삶은 타고난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먹은 대로 사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인생을 살아갈 때 ‘잘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나아가도 넘어지는데 ‘안된다’는 비관적인 생각으로 어떤 일에 도전한다면 될 일도 엎어질 수 있다.
신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사진=대우건설)
최근 우리나라에 ‘잘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도전해야 할 일이 생겼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한국형 원전’ 수출실적을 이어갈 기회가 주어진 것. 약 30조원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을 짓는 이 사업에 한국수력원자력은 4월 29일 체코전력공사에 체코 신규원전의 최종 입찰서를 제출했으며, 수주 시 대우건설은 시공주관사로서 원자력발전소의 각종 인프라건설, 주설비공사의 건물시공 및 기기설치를 하게 된다.

체코 정부는 7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으로 한국은 프랑스와 2파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같은 유럽연합(EU) 국가인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지난 3월에 체코 프라하를 직접 방문하는 등 수주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우리나라에서는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올 들어 3차례 체코를 방문하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나섰지만 프랑스보다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15년 전 한국이 UAE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불도저 같은 도전 정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공교롭게 당시 경쟁자 역시 프랑스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부다비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나서 왜 한국이 수주 적임자인지 설명했고 무함마드 대통령이 마음을 바꿨다는 일화는 전설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친원전주의자’로 유명하다. 윤 정부는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전 생태계 복원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기까지 했다. 정부 기조와도 일치하기 때문에 이번 체코 원전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윗선에서는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섣불리 나섰다가 수주하지 못한다면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앞서 부산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을 당시에도 정부를 향한 비난은 도를 넘었고 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것이다.

국민의 비난이 두려워 우리 기업의 원전 수주를 돕지 않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제재에 나서자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대폭 줄여 에너지 공급이 줄고 가격은 치솟아 유럽 국가들이 탈원전에서 선회하기 시작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으로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에너지 확보가 곧 국력이 됐다. 2009년 UAE 원전을 수주하면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통했던 한국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국가적으로 역량을 모아야 할 일에 실패를 예감하며 용기 내지 않는다면 성과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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