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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목표 잊은 '초저위험 상품'[기자수첩]

서대웅 기자I 2024.02.27 05:00:00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핵심은 ‘대기성 자금 최소화’다. 가입자가 만기 도래 사실을 까먹으면 적립금은 대기성 자금으로 빠져 수익활동을 못하게 된다. 이때 기관이 가입자한테 운용지시를 내리도록 안내하고, 가입자가 그럼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때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대로 돈을 굴리는 제도가 디폴트옵션이다. 대기성 자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얻는 효과가 ‘수익률 제고’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정부는 만기 후 디폴트옵션 발동까지의 대기 기간을 현행 6주에서 2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수익률 제고다. 디폴트옵션으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포트폴리오)은 위험도에 따라 ‘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으로 나뉜다. 도입 전 정부 구상은 초저위험이 없는 3단계였다. 그러자 일부 보험회사와 은행이 반발하며 국회를 찾아갔다. ‘초고위험’은 없는데 초저위험이 들어간 기형적인 4단계 구성은 이렇게 탄생했다.

전문가들과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선 초저위험군으로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위험프리미엄 추구 전략이 필수라는 것이다. 초저위험을 원하는 가입자가 있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으나, 이들 가입자는 디폴트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개별적으로 원리금보장형으로 언제든 갈 수 있다. 디폴트옵션에 초저위험이 자리하면서 가입자들은 관성처럼 그리로 몰렸다.

지난 7일 정부는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유관부처인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참석했다. 여기에 더해 보건복지부가 참석 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퇴직연금 개선 작업을 연금개혁 일환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언젠가 국민연금을 앞지를 날이 올텐데 이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수익률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을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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