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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회 올스톱, 대법원장 공백..이런 게 선진 정치인가

논설 위원I 2023.09.27 05:00:00
우려했던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현실이 됐다. 국회는 그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의 원내대표 부재 등 파행으로 본회의를 열지 못했다. 대법원은 선임인 안철상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아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는 김영삼 정부 초인 1993년 김덕주 대법원장이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중도 사퇴한 후 30년 만이다. 다음 달 10일부터는 국정감사로 본회의를 열기 어려운 만큼 다음 달 초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법원장 공백이 11월 이후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

대법원장 부재가 초래할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원인은 정치권과 정부 모두에 있다.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정국은 ‘올스톱’상태다.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가 가결 당일 사퇴한 후 민주당 내엔 찬성한 의원 색출 광풍과 함께 적개심 가득한 증오와 비난의 화살이 수일째 빗발치고 있다. 어제 열린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정국은 물론 당내 판세가 요동칠 게 뻔하지만 구속 수감과 기각 등 어떤 경우에도 조속한 국회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후보자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들은 대통령실도 검증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10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비롯한 재산신고 누락, 자녀 상속세 탈루 가능성 등 여러 문제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졌다. 하지만 후보자는 설득력있는 답을 내놓지 못했고 일부 쟁점들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취지로 일관했다. 민주당은 이미 부적격 입장을 밝힌 상태며 이 대표 체포안 가결에 대한 보복성 투표에 나설 경우 낙마 가능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추된 사법부의 신뢰와 도덕성 회복을 이끌 새 리더십을 기대했던 국민들에겐 안타까운 일이다.

국회 올스톱과 사법부 수장 공백 장기화는 나라 운영을 맡긴 국민에 대한 등돌리기이며 집단적 직무유기다. 당내 사정과 유,불리 계산을 떠나 여야는 대법원 정상화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 신속 처리하기로 한 90여개 민생 법안을 발목잡고 있는 것도 모자라 비정상적 상태의 사법부를 더 방치한다면 국민에 또 다른 피해를 안기는 격이다. 국회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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