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 상호금융 등 금융업계와 ‘자금용도 외 유용 사후점검 준칙’을 개정하는 작업에 조만간 착수한다. 자영업자 대출의 사후점검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
‘자금용도 외 유용’이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을 받은 후 대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설자금이나 운전자금 목적으로 돈을 빌려 주택 구입 등에 사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공장 설립 등을 위해 빌리는 시설자금은 용도 외로 유용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 경영 목적으로 빌리는 운전자금 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업계가 자율적으로 만든 준칙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자영업자 대출을 취급한 후 자영업자가 대출 목적에 맞춰 돈을 사용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점검 결과 용도 외로 사용한 대출금은 회수한다. 하지만 사후점검을 받지 않아도 되는 대출이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현재는 자영업자가 건당 1억원 이하, 총 5억원 이하를 빌리면 사후점검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로 다른 금융회사에서 1억원씩 총 5억원을 빌리면 점검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돈을 주택구입 용도로 사용해도 무방한 셈이다. 자영업자 대출이어서 DSR 규제도 받지 않는다. 자영업자가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면서 돈을 빌린 경우엔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만, 시간적 여유를 두고 돈을 빌리거나 주택 담보를 취득한 경우엔 점검받지 않는다. 또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은 아예 사후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다. 한도대출은 큰돈을 빌리긴 어렵지만 주택 구입 시 부족한 돈을 메울 수 있다.
당국은 이러한 사후점검 예외 대상을 축소해 결과적으로 점검 대상을 늘릴 방침이다. 건당 5000만원 이하, 총 2억원 이하를 빌리는 경우에만 점검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한도대출은 돈이 수시로 빠지고 들어가 점검이 어렵지만 일정 금액 이상의 대출이 실행되는 경우 점검하도록 하는 안이 거론된다.
|
당국이 자영업자 대출 사후점검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점검 예외 대상을 악용해 ‘꼼수’로 대출받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씨티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용도 외 유용 적발 건수는 2018년 2건(6억3000만원)에 불과했으나 2020년 67건(152억8700만원), 2021년 71건(194억5600만원)으로 급증했다.
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마을금고(상호금융)에선 용도 외 유용 사례가 더 많을 수 있다”며 “용도 외로 사용한 자금 대부분은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가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들어 차주가 온라인 몰을 운영하지도 않으면서 본인 집을 온라인 사업장으로 등록해 사업장등록증을 취득한 후 자영업자 대출을 받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오는 7월 DSR 3단계 규제가 시행되면 ‘꼼수 대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총대출금이 2억원 초과시 적용하는 ‘DSR 40%(비은행권 50%) 규제’ 대상을 오는 7월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하는 계획을 원안대로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한 대출금이 1억원이 넘으면 연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연봉의 40%를 넘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