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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율 세계 최고, 공제받기도 어려워…韓가업승계 포기 속출

김상윤 기자I 2022.04.22 05:00:00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답을 찾다]법인세·상속세⑤
중소·중견기업에 공제혜택 줬지만 실효성 없어
“엄격한 사후관리, 업종 변경 제한 등 완화해야”
명목세율 기준 세계 최고 수준…과한 세금 공감대
유산취득세 부과, 자본이득세 방식 등 검토 필요

코로나19, 신(新) 냉전, 기후변화 등으로 비롯된 글로벌 대격변기, 혼탁해지는 세계질서 속에 대한민국은 거센 풍랑을 만난 것처럼 혼돈과 위기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빠진 형국입니다. 그간 짓밟힌 기업가 정신, 손상된 국격의 복원을 위해 안으로의 개혁이 절실한 때입니다.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은 다행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워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데일리는 이에 발맞춰 정치, 경제, 사회 등 주요국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찾아 우리 시장에 적용 가능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김상윤 최영지 기자] 송공석(70) 와토스코리아 회장은 사실상 가업승계를 포기했다. 양변기·욕실 부품 사업으로 50여 년간 외길을 걸은 이후 코스닥 시장에 상장도 했지만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업상속공제 제도로 500억원의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복잡한 사후관리제도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등 저가 부품 공세에 플라스틱 부품만으로 한계를 느껴 세라믹 양변기, 수도꼭지 등 신제품에 손을 댔으나 이 경우 제조업 분류상 업종이 바뀌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유권해석까지 받았다. 상속세에 더해 가산세 폭탄까지 맞으면 회사는 타인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는 “상속세는 높고 사후관리제도 조건은 너무 까다로워 가업승계를 할 엄두도 안 난다”고 자괴감을 드러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가업상속 후 업종 변경 제한…한국이 유일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속세율(명목기준)은 최고 수준이다. 일본(55%)에 이어 가장 높은 50%의 최고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2등일까? 답부터 공개하자면 ‘1등’이다. 대기업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를 할 경우 평가가액의 20%를 할증, 60%의 세율을 적용하는 탓에 한국 대기업 대주주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율을 적용받는다.

반면 OECD 회원국의 직계 상속에 대한 최고세율의 평균은 약 15%다. 선진국의 경우 프랑스 45%, 영국·미국 40%, 스페인 34%, 아일랜드 33%, 벨기에·독일은 30% 세율을 부과한다. 물론 각종 공제제도나 소득세 관계 등을 고려해 상속세 명목세율만 단순 비교하는 건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상속세 부담을 지고 있다는 데에는 재계뿐만 아니라 학자들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매출액 4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들의 기업 상속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고용 유지와 업종 변경, 최대주주 지분율, 자산 유지 등 사전·사후 관리 요건 같은 제도가 발목을 잡는 탓이다. 현행 가업상속공제는 상속한 뒤 7년간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에서 동일한 업종을 유지해야 하고 가업용 자산의 80%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가업상속 후 업종 변경을 제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일본의 경우 2018년 ‘사업승계세제 특례조치’를 시행해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비상장 중소기업 후계자의 상속·증여세 부담을 유예 및 면제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가업 승계 전·후 의무 경영기간과 업종 변경 제한으로 가업상속 이후 신사업을 펼칠 수도 없어 혁신이 가로막히고 있다”며 “가업승계 전·후 경영기간과 업종 변경 제한 요건 등을 완화해 공제제도가 실효성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김안나 법무법인 울림 파트너 변호사는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의 지속성과 사회적인 동력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고 오히려 상속세를 회피하고자 하는 의지만 강화시킬 우려가 크다”며 “과도하게 엄격한 사후관리 요건으로 인해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실효성이 낮은 만큼 가업승계 인정요건, 사후관리 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울타리 덧칠 말고 새 울타리 지어야”

이미 역할을 잃은 상속세 울타리에 덧칠만 할 게 아니라 새 울타리를 지어야 한다는 지적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 가업상속공제제도 개선에 그치지 말고 상속세 부과방식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게 유산취득세 부과방식 도입이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의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하지만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자 취득하는 개별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한다. 현재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는 OECD 24개국 중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을 제외한 독일, 프랑스, 일본 등 20개 국가가 유산취득세 부과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2019년 2월 재정개혁보고서에서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되 과표구간, 공제제도 등도 함께 세수중립적으로 개편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등 4개국처럼 자본이득에 과세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본이득세는 상속 시 과세하지 않고 상속받은 자산을 유상으로 처분할 때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보유기간의 자본이득을 합산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세금이다. 자본이득에 과세할 경우 삼성처럼 대주주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해 소액주주가 피해를 볼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능력 안 되는 사람에 대해선 경제적 적자생존의 흐름에 따라 주인이 바뀌고 인수합병(M&A)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영권이 넘어가는 문제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방식을 도입해 지분을 팔 때까지 과세를 이연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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