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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취업선호도 높은 1등 식품업체, 20대 퇴사자 많은 까닭은

전재욱 기자I 2021.08.11 05:50:00

일하고 싶은 기업 4위 CJ제일제당
20대 직원 퇴사 비중 높아 고심
태반이 생산직…육체노동 못 견뎌
사측, 고충처리반 등 이탈 막기 총력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국내 식품사업 1위 사업자로 대학생들의 취업선호도가 높은 CJ그룹의 주력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 한해 퇴사하는 직원 절반은 20대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이 주원인이라고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20대 직원의 퇴사비중이 낮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CJ제일제당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연차가 낮은 직원이 떠날수록 업무 공백뿐 아니라 재채용에 따른 비용 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진=CJ제일제당)
20대 열에 하나는 매해 사표

10일 CJ제일제당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회사를 퇴직한 503명 가운데 30대 미만은 221명이었다. 회사를 그만둔 직원 열에 네댓 명(43%)은 20대였던 셈이다. 연령별 직원 퇴직율을 보더라도 20대 비중이 많다. 지난해 CJ제일제당 전체 20대 직원(약 2570명)에 비춰보면 이 연령대 직원 퇴사(221명) 비율은 8.5%다. 시니어 직원은 정년 퇴직과 보직 변경 등 비자발적 퇴직 사유가 있지만 20대 직원은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퇴직한 것으로 추정된다.

CJ제일제당의 근속 연수가 상대적으로 짧은 원인 중 하나는 20대 직원의 퇴사가 꼽힌다. 지난해 CJ제일제당 평균 근속연수는 7.1년으로 동종업계인 대한제분(16.1년), 대상(10.9년), 오뚜기(9.1년) 등 경쟁사보다 길지 않다.

작년 취업 시장이 코로나19로 위축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취업자 수는 360만1000명으로 전년(374만7000명)보다 3.8% 감소했다. 채용 감소와 자영업(취업) 창업 환경이 넉넉지 않은 등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게 원인으로 꼽혔다.

그렇다고 퇴직자가 동종 업계 안에서 움직인 것으로 보기에는 유인이 약하다. CJ제일제당의 연평균 연봉은 경쟁사와 비교해 열악한 편은 아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연평균 연봉은 CJ제일제당이 6400만원으로 대한제분(6700만원)보다 약간 낮지만 대상(5700만원)과 오뚜기·동원F&B·사조대림(4300만원)보다는 비교적 높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직’이 아니라 아예 다른 일을 찾아 떠난 퇴사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제조업 20대 가뭄은 공통현상

CJ그룹 계열사는 취업 선호 기업으로 늘 순위에 꼽힌다. 취업포털 인쿠루트가 지난달 대학생 1079명을 대상으로 ‘일하고 싶은 기업’을 설문한 결과 CJ제일제당은 4위였다. 지난해(9위)보다 순위가 올랐고 올해 네이버(5위)를 제쳤다. 같은 조사에서 CJ ENM(3위)이 이름을 올려 10위에 2개 이상 계열사를 올린 그룹은 CJ가 유일했다.

물론 대중의 인식이 실제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조사 대상이 대부분 사무직 지원자라서 생산직 기반이 넓은 회사 현실과 다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20대 직원의 퇴사 행렬은 제조업 기반 산업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CJ제일제당 측도 이런 세태가 20대 직원 퇴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회사 관계자는 “퇴사자 대부분은 생산 부문에서 근무하던 직원”이라며 “채용 시스템 등 회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제조업을 기피하는 세태가 확산하면서 퇴사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당 업계 전언을 종합하면 이 산업 자체가 고강도 육체 노동을 수반하는 탓에 근로 의욕이 전제되지 않으면 오래 종사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제당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일수록 노동 강도 대비 성과에 실망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제조업 전반에서 감지된다. LG전자는 2018~2020년 20대 전체 직원 가운데 퇴직율이 6.3%→7.5%→8.3%로 오르고 있다. 국내 대표 제조사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20대 직원의 해당 연령층 대비 퇴사율은 5.3%(418명)와 3.8%(301명)이다.

▲CJ제일제당 해찬들 논산공장에서 직원들이 발효탱크 안의 제품 숙성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CJ제일제당)
최근 잦아든 20대 이탈률

저연차 직원 퇴직은 기업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13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졸 신입사원 기준 1인당 교육 비용은 약 6000만원이다. 결원 발생에 따른 업무 공백과 재채용 진행 등 무형 비용까지 더하면 회사 부담은 더 커진다.

CJ제일제당은 젊은 직원 이탈을 막고자 부심이다. 전 직원 대상으로 △평가와 보상 체계를 정비하고 △재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고충처리 전담 조직을 구성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비중이 가장 많은 20대 직원의 성장은 회사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그나마 최근들어 20대 퇴사율이 감소세를 보여 고무적이다. 20대 전체 직원에서 한해 퇴사자 비중은 2018년(14.9%)과 2019년(12.3%)에 이어 올해(8.5%)까지 연속으로 줄었다. 전체 퇴사자에서 20대 비중도 2018년(59%), 2019년(51%)보다 올해(43%)가 낮다.

되레 직원 구성 비율을 투명히 공개한 점에서 후한 평가도 있다. 식품 대기업 가운데 지속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직원 구성비를 공개하는 곳은 사실상 CJ제일제당이 유일하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CJ제일제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노동 여건은 중요 지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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