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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 지분매각·SK신텍 합병…최창원 '독자경영' 가속도

김미경 기자I 2019.06.24 05:15:57

SK디스커버리, 건설 지분전량 처분
그룹 내 두 지주사 지분 관계 해소
디스커버리 지주사 체제 완성
사실상 그룹 계열분리 선언만 남아
SK 측 “실익 없어 검토 안한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SK건설이 결국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품에 안기게 됐다. SK건설의 2대 주주인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 지분 전량을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매각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딜로 최태원 회장과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회장 간 마지막 연결고리였던 SK건설이 최대주주인 SK㈜ 자회사로 편입됨에 따라 두 회사는 사실상 계열분리 선언만을 남겨두게 됐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SK디스커버리는 보유중인 SK건설 주식 997만989주(지분율 28.25%)를 기관투자가(FI)에 전량 매각하고 지주회사 출범 1년6개월여만에 지주사 체제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매각 가격은 주당 3만500원으로 총 처분금액은 3041억원이다. 접촉중인 기관투자자에 SK 계열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매각 결정으로 SK그룹과의 계열분리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은 현재 2개의 지주회사가 독자 경영을 펼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주력 계열사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고, 중간 지주사격인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과 SK가스 등이 자회사다.

두 지주회사는 지분이 분리돼 있지만 비상장사인 SK건설만 유일하게 (주)SK(44.5%)와 SK디스커버리(28.3%)가 나눠 공동 보유해왔다. SK디스커버리가 지난 2017년 12월 1일자로 기존 SK케미칼에서 사업회사를 분할하며 지주회사로 출범한 뒤 SK건설이 누구 몫이 될지가 재계의 관심사였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아닌 계열회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할 수 없다. 유예기간은 2년으로 올해 12월 내에 SK㈜와 SK디스커버리 가운데 한 곳이 SK건설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최창원 부회장이 SK건설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 것이다. 최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3남으로 최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SK디스커버리는 이번 주식 매각으로 지주사 체제를 완성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매각 대금은 부채 상환이나 신규사업 투자 등에 쓸 계획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SK㈜와 SK디스커버리의 지분 관계가 완전히 해소되면서 시장에서는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다시 한 번 예상되고 있다. 당장 공정거래위원회에 친족간 계열분리 신청 및 기업집단 동일인 변경을 하면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SK디스커버리의 기업집단 대표회사는 SK㈜이고 기업집단 동일인은 최태원 회장이다.

그러나 SK그룹은 그동안 이어왔던 ‘따로 또 같이’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SK 관계자는 “계열분리를 통해 아무런 실익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을 비롯해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 SK 일가 4형제가 SK와 두산 야구경기장에 한꺼번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장 내 계열분리 관측을 일축하기도 했다.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이념 아래 사촌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촌경영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딱히 계열분리를 할 이유가 없다”며 “SK그룹이 추진 중인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창원(왼쪽부터)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 SK그룹 총수 사촌형제들이 지난해 11월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한국시리즈 6차전을 함께 관람했다. 시장에선 SK네트웍스 등이 일부 계열사와 함께 SK그룹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란 관측이 있었으나, 이번 SK 일가의 ‘야구장 회동’은 이런 관측을 일축하는 이벤트가 됐다(사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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