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딜로 최태원 회장과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회장 간 마지막 연결고리였던 SK건설이 최대주주인 SK㈜ 자회사로 편입됨에 따라 두 회사는 사실상 계열분리 선언만을 남겨두게 됐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SK디스커버리는 보유중인 SK건설 주식 997만989주(지분율 28.25%)를 기관투자가(FI)에 전량 매각하고 지주회사 출범 1년6개월여만에 지주사 체제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매각 가격은 주당 3만500원으로 총 처분금액은 3041억원이다. 접촉중인 기관투자자에 SK 계열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매각 결정으로 SK그룹과의 계열분리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은 현재 2개의 지주회사가 독자 경영을 펼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주력 계열사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고, 중간 지주사격인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과 SK가스 등이 자회사다.
두 지주회사는 지분이 분리돼 있지만 비상장사인 SK건설만 유일하게 (주)SK(44.5%)와 SK디스커버리(28.3%)가 나눠 공동 보유해왔다. SK디스커버리가 지난 2017년 12월 1일자로 기존 SK케미칼에서 사업회사를 분할하며 지주회사로 출범한 뒤 SK건설이 누구 몫이 될지가 재계의 관심사였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아닌 계열회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할 수 없다. 유예기간은 2년으로 올해 12월 내에 SK㈜와 SK디스커버리 가운데 한 곳이 SK건설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최창원 부회장이 SK건설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 것이다. 최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3남으로 최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SK디스커버리는 이번 주식 매각으로 지주사 체제를 완성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매각 대금은 부채 상환이나 신규사업 투자 등에 쓸 계획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SK㈜와 SK디스커버리의 지분 관계가 완전히 해소되면서 시장에서는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다시 한 번 예상되고 있다. 당장 공정거래위원회에 친족간 계열분리 신청 및 기업집단 동일인 변경을 하면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SK디스커버리의 기업집단 대표회사는 SK㈜이고 기업집단 동일인은 최태원 회장이다.
그러나 SK그룹은 그동안 이어왔던 ‘따로 또 같이’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SK 관계자는 “계열분리를 통해 아무런 실익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을 비롯해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 SK 일가 4형제가 SK와 두산 야구경기장에 한꺼번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장 내 계열분리 관측을 일축하기도 했다.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이념 아래 사촌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촌경영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딱히 계열분리를 할 이유가 없다”며 “SK그룹이 추진 중인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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