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코스닥 활성화 1년]유인책 무기력…'돈줄' 기관에 외면받고 '개미지옥' 전락

이명철 기자I 2019.01.15 05:10:01

자금유입 없이 투자심리만 위축
기관, 대책시행 후 순매수 4500억원
작년 2월부터 따지면 4900억 순매소
지난해 하반기부턴 1.2조 팔아치워
개인만 3조원 투자…하락장 직격탄
KRX300지수·세금면제 효과 미미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대책은 세제·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제도를 개선해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를 늘리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증시 진입문턱을 낮추는 대신 부실기업은 조기 적발·퇴출함으로써 건전성을 강화하는 데도 주안점을 뒀다.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면 이 같은 시장 활성화 카드가 폭락장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한 모습이었다. 증시 내 자금 유입은 제한적이었던 반면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로 투자심리만 위축시켰다는 지적이다.

◇ 개인만 열 올린 코스닥…거래대금 급감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변동성이 큰 코스닥시장은 장기로 볼 때 매력 있는 투자처로 여겨지지 않았다.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통해 꾀하고자 한 것은 기관, 그중에서도 연기금의 투자 확대다.

이에 코스피·코스닥을 합한 벤치마크지수인 KRX300을 만들고 차익거래 시 증권거래세를 면제하는 등 지원 방안이 나왔지만 효력이 없었다는 평가다. 외려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수급 여건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대책 발표 후 1년여간(2018년 1월 11일~2019년 1월 14일) 코스닥시장에서 기관의 순매수 금액은 약 4500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1월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2월부터 현재까지 간격을 좁히면 오히려 490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하락세가 본격화된 하반기부터는 총 1조200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지난 1년간 외국인의 자금도 약 1조3000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기간 개인만 3조원 가까이 사들이며 열을 올린 형국이다.

주식 거래 규모도 자연스레 줄었다. 지난해 1월 19조원까지 치솟았던 코스닥 거래대금은 12월 3분의 1도 안되는 6조1000억원으로 급감했다.

기관 유입을 위한 벤치마크지수 활성화도 갈 길이 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RX300지수를 추종 자금 규모는 현재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됐다. 5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코스피200지수와 비교해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벤치마크지수를 새로 만들었다고 당장 연기금들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수 추이 등의 모니터링 기간이 지나면 기관 참여도 늘고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상품들이 더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와 증권금융, 한국금융투자협회 등이 출자해 코스닥 성장기업에 투자하자는 스케일업펀드 효과도 미미하다. 지난해 1~2차에 걸쳐 약 3000억원 규모로 확정했지만 아직 펀드 결성과 운용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올해 추가 스케일업펀드 결성 계획도 없어 수급에 큰 보탬이 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 건전성 강화에 타격…시황 개선만 바라봐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이 완화된 만큼 강화된 부실기업 모니터링 장치는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금융당국은 코스닥위원장을 분리선출하고 상장심사·폐지업무를 코스닥위원회가 심의·의결토록 하면서 코스닥시장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했다. 여기에 상장 실질심사 대상을 확대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상장폐지 공포에 떨었다. 불성실공시 벌점이 15점 이상이거나 감사의견을 비적정에서 적정으로 바꾼 경우, 손실사업을 중단해 상장폐지를 회피한 경우 등으로 상장 실질심사 요건을 확대했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누적 벌점이 15점을 넘어 상장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잇단 회계처리 이슈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부감사법 개정 등으로 감사인 책임이 커지자 회계법인들은 한층 엄격한 외부감사 기준을 적용했다. 지난해에만 12개의 코스닥 상장사가 감사의견 거절을 사유로 상장 폐지됐다. 각각 4개씩에 그쳤던 2016년, 2017년과 비교하면 3배나 급증했다.

상장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재무제표 감리도 2014년 44개에서 2017년 124개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170여개까지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068270)의 분식회계 논란과 바이오주 회계처리 테마감리는 코스닥시장 주축인 제약·바이오기업에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거래소가 상장사들의 회계처리 지원을 위해 전담 센터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태스크포스(TF)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내외 증시 여건이 불안한 현재보다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증시 여건이 좋지 않아 규제 측면만 강화되는 것일 뿐 지난 1년간 대부분 정책을 차질 없이 수행했다”며 “코스닥시장 투자심리가 개선되면 세제 지원 같은 일련의 방안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