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메이커]"로레알, 어제의 적에서 오늘의 동지가 됐죠"

전재욱 기자I 2018.09.11 05:00:00

스타일난다 인수한 로레알 자문한 율촌 럭셔리팀
M&A 상대방으로 만난 계기로 로레알 의뢰받아
로레알 자문은 율촌 `韓佛美` 3국 변호사 합작품

조현철(가운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10일 서울 강남구 율촌 사무실에서 김준형(왼쪽) 변호사와 이태혁 변호사와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율촌)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로레알(L‘Oreal)이 올해 상반기 `스타일난다`를 인수한 것은 여러모로 파격이었다. 인수자가 랑콤, 이브생로랑, 비오템 등 브랜드를 가진 세계 유수의 화장품 기업인데 비해 매물은 서울 동대문에서 시작한 스트리트 브랜드라는 점은 대비를 이뤘다. 최고 6000억원으로 알려진 인수금액까지 비춰보면 주저없이 상반기 최대 M&A로 꼽힌다. 로레알을 자문한 법무법인 율촌의 사연은 ‘영원한 적은 없다’는 업계 격언을 실감케 한다. 로레알이 지난해 프랑스 화장품 기업 아틀리에 코롱(ATELIER COLOGNE)·스프루스(SPRUCE)를 인수할 당시 율촌은 아틀리에 코롱을 자문했기 때문이다.

◇ 상대방으로 만나 로레알서 자문의뢰

“협상 상대방으로 만난 기업을 의뢰인으로 만나는 게 흔치는 않습니다. 프랑스 문화와 언어에 익숙하고, 뷰티 산업에서 쌓은 인수합병 경력이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습니다.”

로레알을 적에서 동지로 만난 조현철 율촌 럭셔리 팀장(프랑스 변호사)은 한국과 프랑스 사이 뷰티 산업 전문가다. 외교관이던 부친을 따라 프랑스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현지에서 변호사 자격을 땄다. 프랑스 로펌에서 인수합병(M&A) 변호사로 20여 년 일했다. 아모레퍼시픽이 2012년 프랑스 향수 브랜드 아닉구딸(ANNICK GOUTAL)을 인수할 때 조 변호사 손을 빌렸다. 경력을 살려 2013년 율촌에 합류하고 인수합병 조직에 럭셔리팀을 꾸렸다. 패션·보석·화장품 등 명품 산업 자문을 전문으로 한다. 현재 LVMH(모엣헤네시 루이비통), 클라란스(CLARINS), 이브로쉐(YVES ROCHER) 등 프랑스 기업은 물론 클리오, 리앤한, 신세계 등이 고객이다.

◇한·불·미 변호사 3인 합작 로레알 자문

“율촌이 단독 법률 대리인으로 나선 것도 예사는 아닙니다. 믿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외국 자본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면 으레 법률 대리인을 복수로 선임하기 마련이다. 이번엔 율촌 단독으로 일했다. 율촌은 로레알의 신뢰에 성과로 보답하고자 조 변호사 팀에 김준형 변호사와 이태혁 미국 변호사를 합류시켰다. 김 변호사는 핸즈코퍼레이션(143210)의 모로코 진출, 한화그룹의 삼성토탈 인수를 맡은 경험이 있고, 이 변호사는 국민·기업은행의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 GE의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사업 부문 인수를 자문한 인수합병 베테랑 변호사다. 사안마다 인력을 유기적으로 꾸리는 게 율촌의 강점이다. 업무능력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로레알은 까다로운 고객이었다. 인수합병으로 성장해온 기업인 만큼 M&A 조직이 따로 있는 전문적인 로레알을 만족시키는 데 관건은 즉각적인 대응이었다. 문제는 시차였다. 서울(율촌)과 파리(로레알)의 시차는 7시간. 로레알이 저녁 6시에 이메일을 보내면, 율촌의 시계는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변호사는 “수개월 동안 밤을 낮처럼 일했다”며 “신체 리듬까지 로레알에 맞췄던 시간”이라고 했다. 로레알이 난다에 잔금을 치른 날, 비로소 처지가 바뀌었다. 화상회의 방식 딜클로징 축하연은 한국시각 오후 1시께 열렸다. 이 변호사는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송금할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각이 아침 6시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레알 자문은 케이-뷰티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솔직히 한국 향수는 아직 달리지만, 화장품은 프랑스에서도 놀랍습니다. 화장품은 프랑스 아니면 일본이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랩니다.” 조 변호사는 케이-뷰티 산업이 한류에 빚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혁 변호사도 같은 생각이다. “뷰티 산업은 트렌드를 좇습니다. 트렌드는 문화를 빼놓고 말할 수 없죠. 케이 뷰티 성장은 한국 문화의 위치를 보여줍니다. 한류 덕이죠.”

케이 뷰티는 매력적인 매물이라서 산업 전망을 낙관하지만, 냉정한 판단도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김 변호사는 “앞서 소위 대박을 친 매물이 나오면서 매도인 눈높이도 많이 높아져 있다”고 말했다.

조현철 변호사는 △파리2대학 경제법 및 상법 박사 △모케보르드&어소시에(1998~2007) △CVML(Cotty Vivant Marchisio& Lauzeral)(2008~2012) △율촌(2013)

김준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43회 사법시험 합격 △법무법인 율촌(2007년)

이태혁 변호사는 △UCLA 경제학과 졸업 △하버드대 로스쿨 △ 오릭, 헤링턴 & 섯클리프 △율촌(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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