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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상권에 무슨일이? '망리단' 뜨고 '서교동' 공실로 허우적

박태진 기자I 2016.09.01 05:30:00

홍대 상권… '젠트리피케이션'에 희비
서교동 비싼 임대료에 상인들 떠나
올 2분기 공실률 12.6%로 늘어
망원동 서교동서 몰려와 새 상권 형성
1㎡당 임대료 2만 9400원까지 솟아
市,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제자리걸음'
전문가 "임차인 위한 대책 ...

[글·사진=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오를 만큼 올랐어요. 임대료는 여전히 높고 권리금도 만만치 않아 곳곳에 텅빈 상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H부동산 관계자)

서울의 대표 상권 중 하나인 홍익대 앞 상권(이하 홍대 상권)이 마포구 서교·동교동에서 시작해 외형적으로는 상수·연남·합정동에 이어 망원동 등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최초 상권 형성 시발 지역인 서교동은 공실(빈 상가)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지난 31일 홍대 정문 인근에 있는 5층짜리 건물 중 전용면적 115㎡ 규모의 1층 점포를 비롯해 전용 34㎡짜리 소형 상가 점포 출입문에는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면도로가 아닌 대로변 주변 상권인데도 공실인 상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매물을 비싸게 내놓았거나 높은 권리금 때문에 임차인들이 섣불리 들어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반면 망원동은 새로 생겨난 상가들로 모처럼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 망리단은 뜨고, 서교동은 높은 임대료·권리금에 공실 증가

서교동과 동교동에서 시작된 홍대 상권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상수동과 공항철도 개통 호재로 주목받은 연남동으로 확대되면서 서울에서 손꼽히는 거대 상권으로 성장했다. 이후 합정역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최근엔 망원동이 새로운 핵심 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는 용산구 이태원동의 경리단길에 있던 상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망원동과 경리단길의 합성어인 ‘망리단길’을 형성하고 있다.

망원동 Y공인 관계자는 “이태원 경리단길 상가 주인들이 합정동과 맞닿아 있는 망원1동으로 대거 이동해오면서 망원시장을 기준으로 새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면도로뿐 아니라 골목 곳곳에 산발적으로 새 상가를 열어 지역 명소로 부각된 영향으로 임대료 상승은 물론 이전에 없던 권리금도 전용 30㎡짜리 점포 기준 2000만원 이상 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망원동 상가(1층 기준)의 1㎡당 임대료는 지난해 1분기 2만 5100원에서 꾸준히 올라 올해 2분기 2만 9400원까지 치솟았다. 성산동도 올해 들어 망원동과 연남동 인접지역을 중심으로 임대료가 올라 지난 2분기 1㎡당 2만 3100원을 기록했다.

반면 이미 상권을 형성한 서교·동교·상수·연남동은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교동은 1㎡당 임대료가 지난해 1분기 3만 4600원에서 그해 2분기 4만 500원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였으나 올 1분기 3만 3100원에서 2분기 3만 4900원으로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동교·연남·상수동도 마찬가지다. 기존 상권은 임대료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태다. 홍대 입구에 있는 전용 115㎡ 상가(1층)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인근에 비슷한 면적(전용 110㎡)의 상가 시세인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50만원보다 임대료가 배 가까이 비싸다.

권리금도 만만찮다. 급매물로 나온 전용 83㎡짜리 상가 권리금은 5000만~9000만원대로 다양하다. 이런 탓에 기존 상점들이 버티다 못해 인근 지역으로 빠져나갔지만 새 점포가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공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홍대·합정권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8.5%에서 올 1분기 12.3%, 2분기 12.6%로 증가했다. 상수동 D부동산 관계자는 “권리금이 예전보다 하락하고 있다고는 하나 상가 임차인들에겐 여전히 부담스러워 누가 섣불리 들어오겠느냐”며 반문했다.

△홍대 상권의 중심지인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대에는 빈 상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임대료가 워낙 비싼데다 권리금 부담까지 더해져 다른 지역으로 상가 임차인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영향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제자리걸음…“상가 임차시 시세 따져야”

기존 상권에서 공실이 늘고 있는 이유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망리단 상권이 형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홍대·합정, 성미산마을(성산동), 대학로, 북촌·서촌 등 여섯 곳을 젠트리피케이션 종합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올 하반기에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대책 마련이 늦어질 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돌아간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관련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상권 예측에 필요한 빅데이터 구축이 필요한데 서울시에서 아직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임차인들의 내몰림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망원동으로 확장된 홍대상권은 향후 성산동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홍대 상가 임차 시에는 시세와 기존 임차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영 부동산114 연구원은 “임차인은 건물주가 뻥튀기 가격으로 매물을 내놓지는 않았는지 주변 시세를 면밀히 따져보고 기존 임차 현황(허위 등록 여부)도 살피고 접근해야 금전적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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